금리 부담에도 반도체가 시장의 중심에 선 이유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를 다시 웃돌았고, 일본도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1.25%로 올렸다. 프랑스 재정 불안과 일본 장기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통상 금리 상승은 성장주와 기술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와 HBM, D램 증설 전망이 금리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3.92%, 샌디스크가 10.99% 상승했고, AMD와 브로드컴도 각각 2%대 강세를 보였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주도 상승했다. 핵심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메모리 가격과 설비투자 확대가 함께 기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최창규 이사는 최근 수급을 두고 인공지능 투자가 이탈한 것이 아니라, 기존 주도주에서 브로드컴·마이크론·메타·알파벳 등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지는 내부 로테이션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줄이는 동시에 현물 반도체와 단기 헤지 수단을 함께 보유하는 바벨 전략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다시 주도주가 될 조건

국내 증시는 급등과 급락을 거친 뒤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1년 2개월 동안 지수가 2,280에서 9,380까지 네 배 이상 올랐지만, 이후 한 달 열흘 만에 9,380에서 5,200까지 약 40% 하락했다. 8월 초 이후에는 6,500~7,000선에서 움직임이 제한됐다.

거래량과 투자자예탁금 감소도 부담이다. 이정윤 세무사는 최근 시장이 지루해진 배경으로 거래량 감소와 투자자 이탈을 지목했다. 상승 추세가 재개되려면 새로운 재료와 함께 거래량이 회복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지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재료로는 세 가지가 거론된다.

  •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속도 조절론보다 산업 확대론이 다시 힘을 얻는 경우
  •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기대가 커지는 경우
  •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완화돼 유가와 물가 부담이 낮아지는 경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라는 점에서 금리와 산업 기대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반도체 이익 전망이 금리 부담을 계속 넘어설 수 있는지가 추석 이후 시장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엔캐리 청산 공포보다 중요한 엔·달러 환율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다시 부각됐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시장에서는 관련 자금 규모가 약 1조 달러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오현진 팀장은 이번 인상이 사전에 충분히 예고된 25bp 인상이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충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엔캐리 청산 위험은 일본 금리 자체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얼마나 빠르게 강세를 보이는지에 더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엔화가 급격히 강해지면 투자자는 더 비싼 엔화로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반대로 엔·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미국의 금리 상승 압력이 더 강하게 유지된다면 대규모 청산 위험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일본 금리 인상만 보고 시장 전체의 위험을 판단하기보다는 엔화 강세의 속도와 방향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GPU 임대료 상승과 HBM의 가치 재평가

GPU 임대료가 최대 21% 상승했다는 소식도 인공지능 반도체 업계의 관심사다. 특히 엔비디아의 구형 데이터센터용 GPU인 H100까지 가격이 오른 점이 주목된다.

H100은 중국 수출 제한 대상인 H200보다 이전 세대 제품이다. 그럼에도 임대료가 상승했다는 것은 데이터센터에서 GPU 수요와 희소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PU와 함께 사용되는 HBM 역시 예상보다 긴 기간 높은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개별 기업에 투자할 때는 단순히 ‘AI 관련주’라는 이유보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지, 공급 물량과 고객사가 구체화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광통신과 CPO는 데이터센터 내부의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기술인 만큼, 실체가 있는 공급 계약과 양산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SK하이닉스·인텔 협력설과 조선업의 성장 조건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협력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텔은 공장 매각이나 임대를 통해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대라는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해외 생산과 기술 이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영훈 이사는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레거시 D램이나 낸드 등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 부담이 낮은 분야가 우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주는 실적이 이미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성장 그림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중공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11~12배 수준으로 거론될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시장은 추가 수주와 신사업의 구체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상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용 엔진, 특수선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론된다. 엔진 생산능력을 기존 3GW에서 7.3GW로 확대하는 증설 계획은 향후 수요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가시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조선업의 다음 주가 상승은 단순한 실적 확인보다 실제 수주와 생산능력 확대가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러시아·북한 밀착이 안보 변수로 떠오른다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경제 지원을 넘어 군사 기술과 실전 경험의 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교량이 건설돼 차량 이동이 가능해진 점도 양국 관계의 밀착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조의준 대표는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 운용과 미사일 정밀도를 높이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북한산 미사일의 명중 오차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과 함께,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드론 운용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미국과 유럽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수준의 최신 핵·ICBM·핵추진잠수함 기술까지 넘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수준의 기술 이전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인력과 무기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한국의 안보 환경에는 새로운 변수다.

결론

이번 시장의 핵심은 금리 상승에도 반도체 이익과 AI 인프라 수요가 버틸 수 있는가에 있다. 엔캐리 청산은 엔화 강세 속도를, 국내 증시는 거래량 회복과 반도체 주도력 재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미국 10년물 금리와 엔·달러 환율의 방향을 함께 확인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 HBM 수요, 설비투자 확대 여부를 중심으로 점검한다.
  • 조선·광통신·로봇주는 기대감보다 실제 수주와 양산, 공급 계약의 구체성을 우선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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