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높아진 국채금리와 살아난 기술주 투자심리가 동시에 나타난 하루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996%까지 올라 사실상 5%에 도달했지만, 나스닥은 0.4% 상승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종목에는 매수세가 집중됐다.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거래일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로 제한된다. 단기 방향성보다 연휴 이후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업종의 추세 지속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구간이다.
국채금리 5%에도 증시가 버틴 이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재정적자와 정치적 불안 등의 영향으로 5%에 근접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수 있지만, 시장은 이를 즉각적인 경기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영훈 IM증권 서울금융센터 이사는 현재를 중금리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 과거의 저금리 기대가 남아 있어 금리 상승을 불편하게 느끼지만, 국채금리 상승이 물가만이 아니라 성장과 수급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가운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10년물과 30년물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채권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금리 5% 자체보다 금리 상승의 원인과 지속성을 구분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채금리가 5%에 안착할 경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리 상승이 일회성인지, 추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인지에 따라 주식시장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 1조 원 매수, 코스피 반등의 신호일까
코스피는 60일 이동평균선에 근접하며 박스권 상단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동평균선은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를 계산해 추세를 확인하는 기술적 지표다. 과거에는 60일선 부근에서 돌파와 하락이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저점을 높이며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 8거래일 만에 1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기관도 약 1조8,000억 원을 매수했다. 불확실성이 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일본은행 회의, 주요 거시지표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줄였던 포지션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주연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대형 반도체 기업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주체가 현재로서는 외국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의 대규모 순매수만으로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음 주에도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상승이 지수 전체로 확산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지수 돌파… 돈은 장비·전력·광통신으로 이동
미국 증시에서는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1.3%, 브로드컴은 3%, 마이크론은 약 4%, AMD는 2.7% 올랐다. 샌디스크는 11% 가까이 급등했고 시게이트와 램리서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2.8%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주 강세에는 AI 공정과 HBM 증설 기대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다. JP모건은 펩 장비 시장이 올해 31%, 내년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치를 높였다. 3분기 램 계약 가격도 20%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는 전력설비, 반도체 소부장, 광통신 등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코스닥은 제약·바이오와 2차전지 대형주가 약했음에도 60일선 위에 안착했다. 이는 지수 영향력이 큰 일부 업종 외의 분야에서 순환매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연 대표는 인텔의 저점 상승과 저항대 돌파에 주목했다. 인텔과 밸류체인으로 연결된 인텍플러스도 관련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종목별 돌파가 시장 전체의 추세 전환으로 이어졌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코스피 전고점 돌파, 올해 안에는 가능할까
이정윤 세무사는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전고점을 다시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봤다. 그러나 올해 남은 3개월 안에 30% 넘게 조정받은 지수가 전고점을 V자 형태로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금리 인상, AI 성장 속도 조절론, 외국인 매도 등 여러 부담 요인이 겹쳐 있다. 그는 코스피가 6,500~7,000선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추세 매매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려면 7,500~8,000선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높은 목표지수만으로 낙관해서도 안 된다. 과거에 제시한 전망을 유지하는 것과 현재 지수 수준에서 새롭게 분석한 전망은 구분해야 한다. 투자자는 목표지수보다 외국인 수급, 금리 방향, 전쟁 종결 여부, AI 투자 지속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밸리, 중국 우회수출 감시 대상 되나
경기도 반도체 벨트가 중국 우회 환적 의심 지역으로 지목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보고서는 한국을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함께 감시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산 부품이나 장비가 한국에서 조립·가공된 뒤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실제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한국으로 보낸 뒤 조립해 중국으로 수출한 사건과 관련해 본사와 한국 법인이 약 3,600억 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언급됐다.
조의준 생크션랩 대표는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경로를 앞으로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미국 수출을 진행하는 기업이라면 원산지, 최종 사용자, 부품 이동 경로를 문서로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소부장 기업은 중국 거래처와 한국 법인의 역할이 분리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론
이번 시장의 핵심은 금리 5%와 반도체 강세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증시는 금리 자체보다 금리 상승이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AI·반도체 투자 흐름이 유지될지에 반응하고 있다.
독자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다음 주 외국인 순매수가 연속성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 코스피 60일선과 7,500~8,000선 회복 여부를 구분해 본다.
- 반도체 기업의 중국 거래·원산지·우회수출 관련 내부 통제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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