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국내 증시는 금리 인상이라는 부담을 딛고 강하게 반등했다.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을 합쳐 약 2조5000억 원을 순매수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8거래일 만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망, 광통신, 보안, 양자, 로봇 등 여러 업종이 함께 올랐다.
시장이 주목한 핵심은 금리 인상이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재료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다만 연말 추가 인상 가능성과 유가, 중동 정세는 여전히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에도 외국인이 돌아온 이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올렸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점도표에서는 18명 가운데 16명이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기준금리 평균 전망은 4.1% 수준이며, 최대 4.25%까지 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처음에는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예정된 경로로 해석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충격이 제한적이었고, 장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성장주에 숨통이 트였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역시 아시아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차분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남아 있지만, 금리 인상 폭과 향후 정책 방향이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안도감을 줬다.
국내에서는 코스피에 외국인 약 5300억 원, 기관 약 5500억 원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나타난 외국인 매도는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헤지펀드의 기계적 리스크 축소 물량에 가까웠다는 진단도 나왔다.
AI 거품론보다 강했던 반도체 수요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AI 산업에 대한 속도 조절론의 약화가 있었다. AI 투자 둔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 칩 판매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분위기를 바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주도주로 부상한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이 약 37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회사 내부 전망이 전해진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상반기 실적이 약 140조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세미콘리서치 랩 노근창 대표는 온디바이스 AI가 생성형 AI의 다음 확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개인 기기에서 직접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지연시간과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기기 안에 고성능 메모리와 보안 기능이 추가되면서 부품 가격의 프리미엄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스마트폰, 웨어러블, AI 글래스에 탑재되면 소비자용 AI 수요가 본격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뿐 아니라 모바일 프로세서, 고사양 메모리, 저지연 메모리의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력망과 광통신이 새로운 주도 테마로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과 통신 인프라의 중요성은 커진다. 미국에서는 전력망 접속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송배전 설비와 변압기, 전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건설에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린다. 단기간에 전력을 확보하려면 기존 전력망의 보강과 효율 개선이 먼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도 전력기기와 전선 관련주가 반도체와 함께 강세를 보였다.
광통신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데이터센터 간 대규모 데이터 이동이 늘면서 통신장비와 광통신 부품의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에서는 반도체 후공정, 디자인하우스, 통신장비 등으로 순환매가 확산됐다.
실무적으로는 반도체 한 업종만 추격하기보다 AI 수요가 실제로 연결되는 인프라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전력망, 광통신이 동시에 강해지는지 거래량과 외국인 수급을 함께 살펴야 단순한 하루짜리 테마인지 구조적인 흐름인지 구분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아직 박스권, 돌파 재료는 세 가지
한국 증시는 장기 급등과 급락을 거친 뒤 6500에서 7000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예탁금과 거래량도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상태다.
이정윤 세무사는 현재 시장을 급등과 급락이 지나간 뒤 속도가 크게 둔화된 구간으로 진단했다.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려면 거래량을 동반한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에 필요한 재료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 AI 속도 조절론보다 산업 확대 논리가 강해지는 경우
-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기대가 커지는 경우
-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돼 유가가 안정되는 경우
특히 유가는 금리와 증시를 연결하는 핵심 변수다. 현재 국제유가가 100~103달러 선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 90달러대에 진입하면 물가와 국채금리 부담이 동시에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채금리가 4.8~4.9% 아래로 내려가는지 여부가 성장주와 반도체주의 추가 상승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조선주는 수주보다 미국 MRO가 중요하다
조선업에서는 상선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 반응은 과거보다 제한적이다. 상선 수주가 이제는 업계의 기본 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려면 새로운 성장 영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엄경아 연구위원은 조선업의 다음 변곡점으로 미국 군함 MRO를 제시했다. MRO는 유지·보수·정비를 뜻한다. 미국 군함과 조선소의 노후화가 심각한 만큼 국내 조선소가 정비 시장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미국 MRO 사업 참여를 위한 자격을 확보했고, 중소형 조선사들도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규 군함 건조 계약은 절차가 복잡하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사례에서도 정보요청 이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까지 약 2년이 걸렸던 만큼, 미국과의 신조 협력은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렵다.
따라서 조선주 투자에서는 단순 수주 뉴스보다 실제 정비 물량이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미국 사업이 반복 가능한 매출 구조로 자리 잡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론
9월 18일 증시는 금리 인상에도 외국인이 돌아오고,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넓어진 하루였다. 시장의 핵심 흐름은 반도체 단독 랠리에서 전력망·광통신·보안·후공정으로 확산되는 순환매다.
다음 거래일에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외국인 현물·선물 매수세가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 유가 100달러와 미국 국채금리 4%대 후반의 방향을 함께 본다.
- AI·반도체뿐 아니라 전력망과 광통신으로 상승 종목이 확산되는지 점검한다.
- #오늘의이슈
- #반도체
- #금리인상
- #전력망
- #조선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