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국내 증시는 AI 투자 둔화 우려와 금리 인상이라는 두 악재를 동시에 소화하면서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2.39% 오른 6,875선까지 회복했고 장중 6,910선을 돌파하며 7,000선 기대를 다시 키웠다. 코스닥도 0.58% 상승한 826선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이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고 단정하기에는 거래와 투자심리가 아직 제한적이다. 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고 악재에 대한 경계심도 남아 있다.
AI 속도조절론, 시장 충격은 짧았지만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주 초 시장을 흔든 핵심 재료는 AI 속도조절론이었다. 주요 기업들이 AI 투자를 줄이거나 공동의 투자 조정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가 흔들렸다.
그러나 주 후반으로 갈수록 시장의 해석은 달라졌다. AI 산업의 투자는 여러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여서 한쪽이 먼저 속도를 줄이기 어렵고, 각 기업의 투자 계획과 기술 경쟁력을 모두 공개하도록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를 기업 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선택을 하면서 공동의 합의가 어렵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AI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 개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 한, 업계 전체의 속도 조절은 현실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작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속도조절론이 빠르게 약화된 배경에는 AI 수요의 방향성도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단순한 학습용 인프라뿐 아니라 추론과 에이전트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됐다. 추론은 학습된 AI가 실제 질문에 답을 생성하는 과정이고, 에이전트는 목표에 따라 여러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AI 활용이 넓어질수록 연산 수요가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것은 반도체와 기관 수급이었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약 6,900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약 1조 7,000억 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4조 1,000억 원을 넘게 순매도했다.
기관 수급 중에서는 금융투자 부문의 매수가 두드러졌다. 기타법인도 약 1조 6,00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매수하고 외국인이 매도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금리 인상이 이미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황유현 신한투자증권 팀장은 높은 금리와 관련한 악재가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도 증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의 상승은 미국 기술주 흐름과도 연결됐다. 미국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도 관련 인프라 종목이 다시 지수를 끌어올렸다. 다만 조선주처럼 하루 전 강세를 보인 업종이 다음 날 급락하는 등 섹터 순환매의 연속성은 약한 상태다.
5·100 위험 신호는 켜졌지만 유가가 시장을 지탱했다
이번 주 투자자들이 주목한 위험 신호는 미국 국채금리 5%, 달러인덱스 100, 유가 100달러를 가리키는 이른바 ‘500’ 구간이었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 고유가가 동시에 나타나면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시장을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장우진 대표는 유가가 주 후반 하락하면서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를 지탱하던 힘도 일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거론됐던 중동 지역 송유관 피해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을 받아 이란에 관련 세력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이란의 대응과 중동 정세가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므로 유가 하락이 추세로 굳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실무적으로는 유가와 금리를 따로 보기보다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현재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도 빠르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급락 뒤 반등, V자보다 W자 가능성이 높은 이유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이사는 코스피가 25% 이상 하락한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급락 이후의 바닥 형태를 설명했다. 코스피가 이 정도로 하락하는 경우는 10년에 세 번 안팎으로 드물며, 이번에는 약 30% 하락이 나타난 만큼 이례적인 조정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과거 바닥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 V자 반등: 급락 직후 빠르게 회복하는 형태로,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20년 팬데믹 당시처럼 드물게 나타났다.
- W자 반등: 급락 후 반등과 재조정을 반복하는 형태로, 가격 부담과 수급 부담을 해소하는 데 보통 2~4개월이 걸렸다.
- 트리플 바텀: 세 차례 바닥을 확인하는 형태로, 1998년 외환위기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위기 때 나타났다. 조정 기간은 두 분기에서 세 분기까지 길어질 수 있다.
이 이사는 현재 시장이 V자 반등보다는 W자 조정에 가까울 가능성을 언급했다. 개인투자자는 첫 번째 급락에서 일부를 매도한 뒤 반등을 기다리지만, 두 번째 바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피로감과 비관론이 커져 추가 매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인은 첫 번째 하락 이후 15조~17조 원가량 순매도한 상태로 언급됐다.
결론
이번 증시 반등은 AI 투자 기대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고, 금리 인상과 중동발 유가 불안이 일부 완화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거래대금이 충분히 늘지 않은 상태에서 지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추세적 상승보다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함께 열어둬야 한다.
투자자가 지금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다.
- AI 관련주가 반도체 일부 종목을 넘어 추론·에이전트 수요로 확산되는지 점검한다.
- 유가 100달러 재돌파 여부와 미국 국채금리 5%의 지속 여부를 함께 확인한다.
- 지수 상승만 따라가기보다 거래대금과 외국인·기관 수급이 며칠간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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