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이 가상 시뮬레이션에 머물지 않고 물리적 생물학 연구를 직접 수행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자체 연구소를 조용히 마련했다.
앤트로픽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를 통해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과 생명과학 분야의 AI 기술 활용을 앞당기기 위해 실제 습식 연구소(Wet Lab)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건식 연구소(Dry Lab)에서 이뤄지던 데이터 분석을 넘어, 클로드가 최소한의 인간 개입만으로 실험실 로봇 장비를 제어하고 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생물학 자동화 기술을 검증하려는 목적이다. 앤트로픽의 생명과학 부문 책임자 에릭 카우데러-에이브럼스는 "생물학 연구의 최종 검증은 결국 실제 실험실 연구에서 이루어지므로 자체 시설 운영과 외부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방식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대변인은 해당 연구소가 신약을 직접 개발하거나 생산하기 위한 시설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앤트로픽은 기존 제약업계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충분히 다루지 않았던 분야와 난치성 질환 치료 기술에 집중할 방침이다. AI를 활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았던 이중항체 및 삼중항체 등 복합 분자 구조의 발굴 과정을 크게 다변화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제약회사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임상시험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노바티스, 로슈 산하 제네텍,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노보 노디스크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AI가 생물무기 개발에 악용되거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경고해 온 만큼, 생명과학 기술을 배포할 때 인간의 감독과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신약 개발 프로그램의 운영 방침을 처음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카우데러-에이브럼스는 기존 제약사들이 재정적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분야를 중심으로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 연구 소프트웨어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를 공개했고, 노벨상 수상자이자 딥마인드 출신인 존 점퍼가 합류했다. 스타트업 코에피센트 바이오를 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신약 개발 도구를 구축할 기반도 강화했다.
그러나 자체 연구소를 세우고 대규모 인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임상시험의 높은 실패율과 실제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앤트로픽은 채용 공고를 내고 단백질 및 핵산 특성 분석 전문가와 운영 리더를 모집하고 있다. 생명과학 연구의 발전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기 위한 인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생명과학을 회사 내 가장 큰 투자 분야 중 하나로 규정하고 사내 연구소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한편 앤트로픽은 1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클로드가 생체분자 모델링 분야에서 거둔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클로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 생체분자 파편화 분석, 단백질과 리간드 간 결합 시뮬레이션 등 복잡한 생명과학 계산 작업을 크게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AI 모델이 가상 환경에 존재하는 복잡한 분자 데이터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사내 연구소에서 로봇을 제어하고 습식 실험을 자동화하는 실제 물리적 생물학 연구 프로그램과의 기술적 시너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들이 AI 모델을 물리적 실험실과 실습 자동화에 결합하는 방식은 각자의 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오픈AI는 바이오테크 기업 긴코 바이오웍스의 클라우드 연구소와 연계해 GPT 시리즈 등 차세대 AI 모델이 가설 수립부터 실험 설계, 로봇 제어, 데이터 해석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무세포 단백질 합성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자체 연구소를 구축한 앤트로픽과 달리, 외부 위탁 플랫폼과의 연동 및 제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구글 딥마인드 역시 신약 개발 AI 알파폴드 시리즈와 제미나이 로보틱스 모델을 기반으로 비전-언어-행동 체계를 결합한 피지컬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 장비로 물리적 연구 및 제조 환경을 제어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