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상승했다. 코스피는 약 1.5%, 코스닥은 약 0.8% 올랐지만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아 시장 전체가 강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금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관련주에 집중되면서 업종별·종목별 격차가 확대된 하루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강세, 소부장으로 번진 반도체 랠리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약 4% 상승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직전 거래일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강했던 데 이어 순환매가 삼성전자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들도 동반 상승했으며, 하나마이크론과 원익IPS, PSK홀딩스, ISC, 이오테크닉스 등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상승의 배경에는 JP모건의 반도체 장비 산업 전망이 있다. JP모건은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을 최선호 시장으로 제시하고 코스피 목표치를 1만2500으로 잡았다.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1만5000까지 열어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메모리 사이클 장기화, D램 증설이 반도체 장비 수요를 이끌 것이라는 판단이다.

웨이퍼 장비 시장 성장률 전망도 올해 31%, 내년 38%로 상향됐다. 2028년 시장 규모는 263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다만 JP모건이 국내 개별 기업을 직접 최선호주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 국내 투자자는 글로벌 장비업체와 유사한 사업을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기업을 연결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장비주는 먼저 움직이고 소재주는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미 급등한 종목을 추격하기보다 장비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소재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을 분리해 살펴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속도조절론이 반도체 수요를 꺾지 못하는 이유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반도체 수요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프런티어 모델은 최고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대규모 학습을 진행하는 모델이고, 추론형 모델은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질문에 답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데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모델이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AI 기업들이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배경을 기술 발전의 중단이 아니라 비용과 컴퓨팅 자원 문제로 진단했다. 프런티어 모델 개발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투자비가 커졌고, 향후에는 추론형 서비스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개발 속도에 대한 논쟁은 메모리 수요 감소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AI 안전을 위한 가드레일이 도입되더라도 호출 방식이나 서비스 구조가 달라질 뿐, 컴퓨팅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특히 에이전트형 AI처럼 사용자가 중간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목표부터 결과까지 처리하는 서비스가 확산되면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서버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는 메모리와 가속기 수요를 줄이기보다 다른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HBM4와 맞춤형 AI 칩,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TPU와 아마존 트레이니움 같은 맞춤형 칩의 생산 확대도 주목된다. 관련 분석에서는 TPU 생산량이 내년에 세 배, 트레이니움은 약 2.5배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HBM4는 고대역폭 메모리의 차세대 제품으로, AI 가속기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핵심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점유율을 두 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오픈AI의 추론형 칩 개발과 삼성전자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메모리와 주문형 반도체 시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개별 협력의 구체적인 조건이나 확정된 공급 계약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기대감만으로 관련주를 추격하기보다 실제 양산과 고객사 채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 반도체 규제 완화는 한국에 호재일까

이번 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도체 수출통제와 희토류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미국이 엔비디아 GPU와 AMD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일부 완화하면 단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공급 안정화 역시 국내 제조업에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첨단 반도체와 통신·인공지능 관련 장비까지 전면적으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2차전지와 원전 등 일부 업종은 미국의 대중국 협상 결과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정상회담 결과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관련 종목의 비중을 한 방향으로 크게 늘리기보다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은 현물보다 선물에서 방향성을 보였다

9월 21일 개인은 약 3조3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순매도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1조1000억 원 이상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는 4거래일 연속 이어졌고, 누적 포지션도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외국인이 당장 현물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보다 지수 상승 가능성에 먼저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10월 중 마무리되더라도 수급이 급격히 무너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사주 매입이 매수 주체 역할을 하는 동안 관망하던 외국인이 이후 현물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시장 전체의 거래대금이 충분하지 않아 상승 종목이 빠르게 바뀌고, 급등 다음 날 조정이 반복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급등주를 추격하기보다 2~3일 조정을 거치면서 저점을 높이는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결론

이번 시장의 핵심은 AI 속도조절론보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여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세가 소부장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모든 관련주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 급등한 종목은 추격 매수보다 눌림과 저점 상승 여부를 확인한다.
  • HBM4, 추론형 칩, 장비·소재 공급망처럼 실제 수요가 이어지는 분야를 구분한다.
  •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반도체와 2차전지의 정책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어 비중을 나눠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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