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물리학자 출신 과학 작가 Matt von Hippel은 인공지능이 실제 연구의 어려운 계산을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가 Anthropic에 제시한 과제는 이론물리학의 한 분야인 산란 진폭 계산에서 미해결 상태였던 9루프 결과를 구하는 것이었다. Claude는 기존 계산 기법을 사용해 결과를 냈고, 물리학자 Lance Dixon이 이를 검증했다. 이 성과는 AI의 계산 능력을 보여 주지만, 새로운 물리 원리를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왜 9루프 계산이 어려운가

산란 진폭은 아원자 입자들이 특정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입자의 운동량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예측을 만들고, 이를 대형 강입자 충돌기 같은 실험 결과와 비교하면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 현상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불일치가 확인되면 암흑물질이나 우주의 물질·반물질 비대칭 같은 문제를 설명할 새로운 이론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정확한 진폭을 계산하기는 매우 어려워 물리학자들은 보통 근사치를 구한다. 계산에서 상호작용의 복잡도를 나타내는 ‘루프’ 수를 늘릴수록 실제 답에 가까워지지만, 계산 부담도 커진다. 대부분의 진폭은 2루프까지만 계산됐고, 일부가 3루프에 도달했다. 입자물리학에서 정밀한 예측으로 알려진 사례도 5루프였다.

계산 시험장인 N=4 초대칭 양-밀스 이론

Anthropic이 택한 과제는 ‘플래너 N=4 초대칭 양-밀스 이론’에서 여섯 입자, 즉 육각형 산란 진폭을 9루프까지 계산하는 일이었다. 양-밀스 이론은 자연의 네 가지 기본 힘 가운데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을 설명하는 이론의 유형이다. N=4 초대칭 이론에서는 각 입자에 초대칭 짝입자가 네 개씩 대응한다.

이 이론은 실제 세계를 설명하는 모델은 아니다. 초대칭 입자 수가 많아 현실과 다르지만, 입자들 사이의 균형 덕분에 계산에 필요한 변수 조합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연구자들이 계산 기법을 시험하는 ‘장난감 모델’로 쓴다. 익숙한 현실 입자 대신 이런 모델에서 새 방법을 먼저 시험하면, 기법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쉽다.

후보를 줄여 답을 찾는 부트스트랩

연구자들은 부트스트랩이라는 실험적 계산법을 사용했다. 가능한 상호작용을 전부 직접 계산하기보다, 답이 어떤 형태일지 대략 정하고 모든 후보를 컴퓨터 파일에 기록한다. 그런 다음 다른 계산법의 예측, 답이 따라야 하는 규칙, 더 쉽게 풀 수 있는 관련 문제와의 연결 등 여러 조건을 하나씩 적용해 후보를 걸러낸다.

이 방식은 가능한 숫자를 적어 둔 뒤 규칙에 맞지 않는 수를 지워 가는 스도쿠와 비슷하다.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후보가 하나만 남으면 답을 찾았다고 볼 수 있고, 남겨 둔 조건으로 오류도 점검한다. 기존 8루프 진폭은 Lance Dixon과 Andy Liu가 2023년에 제시한 방법으로, 계산이 더 쉬운 관련 대상인 폼 팩터와 ‘안티포달 쌍대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구했다. 9루프도 더 간접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Claude는 부트스트랩을 직접 적용하는 길도 택했다.

Claude는 어떻게 계산했나

Anthropic의 물리학자 Liam Fitzpatrick과 Siddharth Mishra-Sharma는 Claude Science라는 과학 연구용 환경에서 Fable 5.1을 사용했다. 이 환경은 Claude에 구조화된 규칙과 프롬프트를 더해 연구에 쓸 수 있도록 구성한 ‘하네스’다. 연구자들은 “플래너 N=4 SYM의 여섯 입자 진폭을 9루프에서 계산하라”고 요청한 뒤,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작업하라고 지시했다.

Claude는 부트스트랩과 폼 팩터를 이용하는 간접 접근,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을 진행했다. 사용자 비용은 방법별로 약 1,000~2,000달러였으며, 부트스트랩 계산에는 Python과 SymPy를 사용했다. 그 계산에 든 컴퓨터 비용은 약 100달러로, 96개 CPU를 일주일 동안 돌린 규모였다. 이는 한 번의 계산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는 방식이 아니었다.

성과의 의미와 남은 질문

Lance Dixon은 Claude의 결과를 폼 팩터를 거쳐 검증했다. 계산 절차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전체가 무너질 만큼 까다롭고, 출판 논문에 모두 적기 어려운 세부 사항도 많았다. Dixon은 Claude가 복잡한 절차를 처음부터 코드로 구성하고 계산 자원을 조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Claude가 활용한 방법은 Dixon과 동료들이 개발해 온 것이기도 해서, 이 계산은 기존 연구를 재현하고 검증하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사람 연구자들의 작업도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과학원 소속 Song He의 연구진은 Claude의 결과 소식을 들은 뒤 대부분의 결과를 이미 얻었으며, GPT-6의 도움을 일부 제약조건 계산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Anthropic의 시도처럼 AI가 전체 절차를 거의 자율적으로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Matt von Hippel은 이번 결과가 연구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계산상 ‘쉬운 성과’가 남아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본다. 하지만 새로운 물리 원리나 아이디어를 AI가 발견한 것은 아니며, 이 성과만으로 초지능의 가능성이나 한계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정리

이번 사례에서 Claude는 이미 알려진 계산법을 사용해 이론물리학의 9루프 진폭을 구했고, Dixon이 결과를 확인했다. 상당한 계산과 까다로운 구현을 감당하면서도 비교적 제한된 비용으로 연구의 최전선에 가까운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음 질문은 더 현실적인 입자물리학 계산에도 같은 접근이 통할지, 그리고 AI가 계산을 넘어 새로운 물리적 통찰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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