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기능을 없애고 속도와 비용 효율에 초점을 맞춘 새 AI 모델 ‘제브(Jev)’가 출시 일주일 만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개발한 타입세이프 AI(TypeSafe AI)의 기업 가치도 같은 기간 50배로 뛰었다.

24일(현지시간) 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타입세이프 AI는 최근 투자자들과 10억달러(약 1조3590억원)가 넘는 신규 자금 조달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비공개 모드를 끝내고 제브를 처음 선보였을 때, 시드 투자 기준 기업 가치는 약 2억달러였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일부 투자자가 100억달러(약 13조59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회사의 몸값이 최대 50배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이례적인 관심이 쏠린 배경에는 대형 모델을 도입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있다. 전 오픈AI 연구원 디오고 알메이다는 전 메타 연구원 사샤 셩, 사업가 에릭 가프니와 타입세이프 AI를 세웠다. 이 회사는 오픈AI나 앤트로픽의 대화형 모델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제브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문장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델이 아니다. 이메일 분류, 에이전트 모니터링, 신용 위험 평가처럼 백엔드 시스템에서 대량의 정형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별하는 ‘결정 모델’로 설계됐다. 확률을 계산해 정해진 선택지 가운데 답을 고르므로 잘못된 응답을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도 최소화했다.

성능과 비용 면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를 내세웠다. 타입세이프 AI는 기존 대형언어모델(LLM)보다 지연 시간을 최대 200배 줄이고 운영 비용은 400분의 1로 낮췄다고 밝혔다. 입력 토큰은 100만 개당 4.2센트이며, 출력 토큰에는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디온 해리스 수석 이사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호평했다.

개발자들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호스팅 플랫폼 버셀에서는 출시 후 24시간 만에 유료 개발자 계정의 13%가 제브를 도입해,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델의 도입 속도를 넘어섰다. 전 오픈AI 수석 연구원 안드레이 카르파티는 “기존 거대 AI 기업들이 지능 향상 경쟁에 몰두하느라 놓쳤던, 실용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모델에 대한 잠재 수요를 정확히 짚었다”고 분석했다.

개발자들이 제브를 활용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2의 제브’를 표방하는 유사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컨바이 이노베이션스의 ‘라야(Laya)’, 베스포크 랩스의 ‘님블(Nimble)’, ‘CLM-8B’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델은 긴 텍스트를 생성하는 대신 입력된 상태를 바탕으로 정해진 질문에 대한 선택지나 점수, 확률을 반환하는 방식을 공통적으로 지향한다.

알메이다 CEO는 제브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AI 기반 경제 혁명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AI에 요청되는 업무 가운데 사람이 소비하는 작업과 컴퓨터가 소비하는 작업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챗GPT는 제브보다 훨씬 똑똑하다”라면서도 “그런데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동화 영역에서 현재 AI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의 AI가 그 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제브가 기존 분류 모델과 완전히 다른 기술 범주를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레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아나스타시오스 안젤로풀로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 모델이 기존의 잘 알려진 제로샷 분류기와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타입세이프 역시 모델을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확성과 보안에 관한 검증도 계속되고 있다. 옥토마인드(Octomind)가 제브를 시험한 결과, 적대적인 입력에 따라 모델의 판단이 달라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제브가 정해진 형식의 답만 내도록 설계됐더라도, 그 답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 서비스에서는 판단을 곧바로 실행하기보다 확률이나 신뢰도를 살펴 다른 모델 또는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업계는 제브가 거대 모델 중심이었던 AI 시장을 효율성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독창성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실용적인 AI 에이전트를 만들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투입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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