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도 속에 코스피가 하락했지만 코스닥은 반등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기대와 장기금리 상승 부담이 맞서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엇갈렸다. 시장의 질문은 단순히 “반도체가 오를까”에 그치지 않는다. 금리가 높아지는 환경에서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투자 흐름을 어떻게 읽을지가 관건이다.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장기금리, 주식시장에는 부담
미국 10년물 금리가 장중 5.3%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고, 영국도 10년물 금리가 5.3%에 이른 것으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국 금리가 함께 오르는 흐름에 주목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프랑스의 10년물 금리가 4.8%로 이탈리아의 4.6%보다 높고, 독일과 프랑스의 금리 차도 120bp라고 설명했다. bp는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100bp는 1%포인트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 전망이 좋아도 주가 상승 폭이 제한되거나,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대출과 할부 부담을 키워 소비와 기업 활동에도 압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전문가는 외국인 매도를 업황 악화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수 있고,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점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도가 개별 기업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한국 시장 전체의 비중 조절일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외국인 현물 매도와 선물 매도, 수급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에서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현물은 실제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이고, 선물은 미래 특정 시점의 가격을 약정하는 거래다. 한 시장 전문가는 외국인이 선물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면 베이시스가 바뀌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돼 현물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시스는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다.
다만 9월 30일에는 현물과 선물이 함께 밀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도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선물 포지션의 변화와 현물 수급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외국인의 현물 매수가 동반되는지, 선물 매수가 프로그램 매수를 유도하는지에 따라 상승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강세의 무게중심은 메모리에서 장비·공급망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장기금리 부담에도 메모리와 광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장비 관련 종목이 상대적으로 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전문가는 공급 부족이 뚜렷해지면서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장비주 강세의 배경으로 짚었다. TSMC의 초미세 공정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을 다룬 분석도 장비주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언급됐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 흐름에 대해서는 추격 매수를 경계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전문가는 주가가 움직이는 순서로 전공정 장비, 테스트 부품, 후공정, 소재를 제시하며, 관련 종목이 한꺼번에 강해질 때는 단기 과열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적으로는 종목의 주가 흐름만 보기보다 수주 잔고가 실제로 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수주 잔고는 기업이 계약을 맺고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주문 물량이다. 현재 실적이 약해도 향후 생산과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분기별 수주 잔고와 전년 말 수치를 비교하면 증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경쟁의 다음 변수
두 회사의 주가가 엇갈리면서 HBM 경쟁에도 관심이 쏠렸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설계된 메모리다. 한 시장 전문가는 HBM4에서 베이스 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하는 구조가 중요해질 경우, 파운드리까지 보유한 삼성전자가 원가와 납기 측면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SK하이닉스의 HBM 프리미엄이 계속 유지될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로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고 해서 점유율 변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 공급과 고객사 평가, 생산능력, 실적 흐름을 확인해야 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판단할 수 있다.
결론
이번 흐름은 높은 금리가 시장 전반을 압박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 부족과 AI 투자가 일부 종목을 지지하는 장세로 정리할 수 있다. 외국인 매도와 반도체 호재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하루 주가만으로 업황이나 수급의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 미국과 주요국 장기금리, 유가 흐름을 함께 확인한다.
- 외국인 현물·선물 수급을 나눠 보고 지수 반등의 동력을 살핀다.
- 반도체 소부장은 주가 급등을 따라가기보다 기업의 수주 잔고와 투자 계획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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