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은 현재 로봇이 미국의 신체 노동 과업 가운데 74%를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노동시간의 34%에 해당하지만, 많은 로봇은 공장이나 물류창고처럼 작업 환경이 통제된 곳에서만 움직인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실제로 사람보다 싸게 할 수 있는 일도 다르다. 로봇이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과업은 현재 전체의 0.3%에 그친다.

로봇 노출도는 작업 환경으로 측정한다

분석은 약 900개 직업과 약 1만 9,000개 과업을 담은 O*NET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과업별로 로봇이 얼마나 덜 통제된 환경에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평가해 E0부터 E3까지 네 단계로 나눴다. E0은 로봇이 수행할 수 없는 과업, E1은 로봇 전용으로 설계된 환경에서 가능한 과업이다. E2는 물류창고 같은 구조화된 사람의 작업장, E3는 도시 도로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단계다.

평가에는 실제 로봇의 배치·판매·시연 사례가 근거로 쓰였다. 작업 설명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과업이 이뤄지는 구체적인 상황과 그 빈도를 추정한 뒤, 과업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례를 기준으로 노출 단계를 정했다. 가령 넓은 땅에 직선 도랑을 파는 작업은 자율 굴착 장비가 할 수 있지만, 묻힌 배관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는 작업은 정교한 손동작과 감지가 필요해 로봇이 어렵다. 전체 과업을 하나의 점수로 단순화하지 않고 실제 작업 조건을 고려하려는 방식이다.

신체 노동의 상당 부분은 가능하지만 환경 제약이 크다

전체 노동시간 가운데 신체 과업은 46%이며, 나머지 54%는 인지·대인 업무다. 신체 과업 중 약 4분의 1은 현재 로봇이 수행하지 못한다. E1 단계에서 가능한 과업은 신체 과업의 절반가량이고, 22%는 구조화된 사람의 작업장에서도 가능하다. 예컨대 식판 조립 로봇은 정해진 생산 환경에서 일하고, 병원 배송 로봇은 약품이나 물품을 병동으로 운반한다.

반면 비정형 환경에서 수행 가능한 E3 과업은 신체 과업의 2%에 불과하다. 이 범주에는 자율주행차나 트랙터처럼 도로와 야외에서 움직이는 작업이 포함된다. 운전 직종은 로봇 노출도가 높은 직업 10개 중 9개가 차량 운전자일 만큼 두드러진다. 택시 운전자의 노출 지수는 2.2로 가장 높지만, 이는 현재 자동화가 대규모로 일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로봇이 맡을 수 있는 작업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로봇과 언어 모델은 서로 다른 일을 겨냥한다

로봇과 대형 언어 모델(LLM)을 함께 보면, 전체 노동의 약 81%가 둘 중 하나가 수행할 수 있는 과업에 노출된다. LLM만 고려할 때 노출되는 노동은 약 절반 수준이다. 운송·운반 분야는 LLM만으로는 노출된 과업이 15% 미만이지만, 로봇까지 포함하면 약 90%로 늘어난다. 사무·행정 지원 업무도 로봇을 함께 고려하면 노출도가 거의 100%에 이른다.

두 기술이 맡을 수 있는 일은 다르다. 로봇은 LLM이 하기 어려운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고, LLM은 인지 업무를 다룬다. 대면 상호작용이나 섬세한 신체 접촉이 중요한 개인 돌봄·서비스 업무는 두 기술 모두 아직 수행하기 어렵다. 설치·수리, 의료 지원, 지역사회·사회복지 분야도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낮지만, 어떤 직업군도 전체 과업의 40% 미만만 노출된 것은 아니다.

노출된 직업의 임금과 노동자 특성

로봇 노출도가 높은 직업은 저학력·저임금의 신체 노동과 겹치는 경향이 있다. 2020~2024년 미국 지역사회조사 자료에서 노출도가 가장 높은 20%의 직업 종사자는 노출되지 않은 노동자보다 여성 비율이 20%포인트 낮고, 히스패닉 비율은 16%포인트 높았다.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할 가능성은 55%포인트 낮았으며, 시간당 임금은 약 30달러 적고 실업률은 두 배를 넘었다.

과거 자료에서도 노출도와 노동시장 변화 사이의 관련성이 관찰됐다. 1977년 이후 기존 로봇에 더 많이 노출된 직업일수록 이후 수십 년 동안 임금과 고용이 더 크게 감소했다. 이는 미래의 일자리 감소를 확정적으로 예측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노출도를 살피는 방법이 과거 변화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결과다.

비용과 기술이 실제 도입을 늦춘다

로봇은 신체 과업의 상당 부분을 할 수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사람보다 비싸다. 로봇이 비용 경쟁력을 갖춘 과업은 전체 노동의 0.3%뿐이다. 비용 추정에는 로봇 구매·설치와 운영에 드는 돈뿐 아니라 유지보수, 에너지, 사람의 감독도 포함된다. 포장·포장재 작업자는 로봇이 업무 시간의 97%를 맡을 수 있고, 연간 비용도 노동자 임금보다 약 2,500달러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는 여러 대의 로봇을 설치하는 등 특정 조건에 따른 추정치다.

로봇 가격이 매년 약 3%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로봇이 사람의 일을 비용 면에서 경쟁력 있게 수행하는 비중이 10%에 도달하기까지 약 40년이 걸린다. 물리적 능력도 장벽이다. 신체 과업의 약 70%는 역량 부족 때문에 도입이 어렵고, 절반가량은 물체를 만지고 다루는 조작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규제는 신체 과업의 14%, 사람의 선호는 4분의 1가량에서 도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추정됐다.

정리

현재 로봇은 운전과 물류처럼 반복적이고 작업 조건을 구조화하기 쉬운 분야에서 먼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자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손재주와 적응력, 규제, 사람들의 수용성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로봇이 어떤 직업을 바꿀지 살피려면 기술 능력뿐 아니라 실제 도입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출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