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로픽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로 우려를 불러왔지만, 투자를 이어가는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면 매출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어서다. 서버 공급이 부족해 AI 연산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데이터센터 가동을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수십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현지시간)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앤트로픽이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예정일보다 한 달 앞서 가동될 경우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 시설은 전력 330메가와트(MW)를 사용해 AI 연산에 실제로 투입 가능한 245MW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갖출 계획이다. 이 용량을 새 모델 개발이 아니라 고객에게 답변을 제공하는 추론 작업에 모두 사용한다는 전제에 따른 계산이다.
데이터센터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추론 서비스의 높은 수익성이 있다. 인프라 투자 컨설팅 업체 오컴 엣지(Occam Edge)는 이 시설의 컴퓨팅 용량을 전부 추론 서비스에 투입할 경우 월 매출이 13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칩 임대료로 매달 2억달러(약 2600억원)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매출총이익률은 약 85%다. 모델 학습 비용과 인건비 등 다른 사업 비용은 이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구글의 TPU 등 자체 AI 칩과 엔비디아 GPU를 이용해 서비스를 운영한다. GPU 임대료는 더 비쌀 수 있지만, 엔비디아는 자사 칩이 전력당 처리 토큰 수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는 클라우드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어 인프라 운영 방식에 따라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이런 경제성이 인프라 확보 경쟁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앤트로픽은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스페이스XAI 등과 대규모 컴퓨팅 용량 확보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총 15기가와트(GW) 이상의 용량을 임대하거나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헛 8(Hut 8)과도 협력 중이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했던 헛 8은 최근 AI 인프라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헛 8이 루이지애나주 세인트프랜시스빌 인근에 짓는 시설은 2027년 2분기부터 330MW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용량을 1GW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은 플루이드스택(Fluidstack)이 맡고, 앤트로픽에는 구글의 AI 칩을 공급하는 구조다. 앤트로픽은 이 밖에도 아이렌(IREN), 테라울프(TeraWulf), 엔스케일(Nscale) 등 현재 또는 과거에 암호화폐 채굴 사업을 했던 업체들과 협력해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주목받는 까닭은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부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알루미늄 제련소나 중단된 수소 생산 프로젝트 부지 등은 기존 전력 공급 기반을 갖췄거나 전력망 연결 권리를 확보한 사례가 있다. 새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가운데, 이런 부지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놓친 인프라 확보 기회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신속하게 가동하느냐도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력·냉각 장비 업체 버티브(Vertiv)는 공장에서 전력 모듈과 배터리, 배전반, 냉각·화재 방지 설비를 미리 조립한 뒤 현장에 설치해 구축 기간을 절반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앤트로픽과 파트너사들은 전력망 상황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비상 전원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전문 미저드 AI(Measured AI)는 앤트로픽의 컴퓨팅 용량이 2025년 1.4GW에서 2026년 5GW, 2027년 9.5GW, 2028년 15GW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전체 인프라 규모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앤트로픽의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은 AI 업계의 막대한 투자 부담을 수익으로 바꾸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금을 회수할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은 AI 붐을 타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한 AI 연구소와 대기업이 컴퓨팅 용량 확보에 나서면서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먼저 대규모로 투자한 뒤, 고객사에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한다. 초기 투자 부담은 크지만 AI 연산 수요가 탄탄하고 인프라 가동률이 높게 유지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업들이 자체 서버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온 흐름에 AI 연산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가치가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