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플래그십 모델 ‘제미나이 4 아르곤(Gemini 4 Argon)’을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 유료 이용자에게 확대 출시했다. 지난달 일부에만 공개했던 모델을 본격 상용화하며, 복잡한 실제 업무에서 거둔 성과와 기존 제품에 통합하는 전략을 앞세웠다.
구글은 13일(현지시간) 아르곤을 구글 AI 스튜디오와 제미나이 플랫폼 API에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AI 프로·울트라 구독자는 제미나이 앱과 검색의 AI 모드에서 이용할 수 있고, 울트라 구독자는 코딩 도구 ‘안티그래비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월30일 일부 사이버보안 파트너에게 처음 공개한 뒤 13일 만의 확대 출시다. 당시에는 모델의 추론 능력과 단계적 공개 방침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기업과 개발자가 실제로 맡길 수 있는 업무에 초점을 뒀다.
코라이 카부쿠오글루 구글 딥마인드 수석 부사장은 “아르곤은 코딩, 금융, 법률, 사이버보안,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하고 실제적인 작업을 심층적으로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아르곤이 여러 문서와 도구를 오가며 장시간 작업할 때도 맥락을 유지하고 분석과 실행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드 생성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조사하고 수정 결과를 시험하는 능력도 주요 경쟁력으로 꼽았다.
대표 사례로는 구글의 오픈소스 에이전트 개발 키트(ADK) 최적화가 소개됐다. 별도의 기술 발표를 통해 약 800개 소스 파일과 20만5000줄로 구성된 파이썬 코드베이스에서 아르곤이 성능 병목을 찾아 개선한 과정이 공개됐다.
팀의 유지보수 지침과 목표를 받은 아르곤은 안티그래비티에서 11시간 동안 사람의 개입 없이 작업했다. 공개 단위 테스트 1만6892개를 실행하고, 32개 파일에 걸쳐 6개의 최적화 제안을 제출했다.
제안이 모두 배포된 것은 아니다. 개발팀은 코드를 검토한 뒤 세션 복사와 패키지 지연 로딩에 관한 최적화 2건을 채택했다. 나머지 4건은 오래된 데이터를 반환할 위험이 있거나, 라이브러리의 비공개 구현에 의존하거나, 실질적인 효과 없이 복잡성만 높인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공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변경 사항도 구글 내부 테스트와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발견돼 수정이 필요했다. 자율적으로 변경안을 만드는 일과 실제 배포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별개임을 보여준 사례다. 구글 개발팀은 “에이전트는 탐색을 담당하고, 유지 관리자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종 반영된 변경으로 긴 세션의 메모리 내 세션 준비 시간은 약 40% 단축됐고, 패키지 로딩 속도는 21% 빨라졌다. 이는 ADK 전체나 AI 응답 속도가 같은 비율로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 새 프로세스에서 첫 모델 요청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구글은 내부 개발 현장에서 거둔 더 폭넓은 성과도 공개했다. 안티그래비티에서 아르곤을 쓰는 엔지니어링 팀은 에이전트 기반 코드 제출이 35% 이상 증가했고, 코드 변경을 되돌리는 롤백은 약 3분의 1 줄었다고 밝혔다. 크롬 팀은 수백 개 파일에 걸친 구조 개편에 아르곤을 활용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작업을 수주 만에 끝냈다고 설명했다.
초기 참여 기업에는 딜로이트, 렉시스넥시스, 앰비언스 헬스케어, 아이소모픽 랩스 등이 포함됐다. 렉시스넥시스는 법률 근거 확인과 계약 검토, 소송 분석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아이소모픽 랩스는 복잡한 PDF와 특허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데 아르곤을 활용해 신약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은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기업용 AI 컨설팅·교육 회사 레드 드래곤 AI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샘 위테빈은 사전 영상 리뷰에서 아르곤을 “정말, 정말, 정말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인지 묻는 말에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위테빈은 시각적 이해와 코드 생성, 창의적인 제작을 결합하는 작업에서 아르곤이 강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안티그래비티가 클로드 코드나 코덱스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본 모델의 성능과 이를 활용하는 개발 도구의 완성도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도입을 늘리기 위해 구글은 한시 할인 요금도 도입했다. 오는 11월30일까지 API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2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10달러다. 12월1일부터는 각각 4달러와 20달러로 오른다. 캐시된 입력에는 95% 할인이 적용된다.
연구자를 확보하기 위해 자격 요건과 선정 기준에 따라 과학자 1만명에게 안티그래비티 최고 사용 등급을 6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검증된 사이버보안 전문가에게 특정 보안 제한을 없앤 모델을 제공하는 ‘페어윈드’ 프로그램도 수백 곳의 파트너를 추가해 확대한다.
이번 상용화는 모델 출시 지연과 조직 개편을 겪은 구글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당초 출시를 예고했던 ‘제미나이 3.5 프로’를 철회했고, 딥마인드 경영진 변화와 핵심 인력 이탈도 겪었다. 성능 역시 최고 수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수(AAII)에서 앤트로픽과 메타의 첨단 모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모델을 배포할 수 있는 제품과 인프라다. 클라우드와 제미나이 앱, 검색, 개발 도구에 아르곤을 연결해 기존 고객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든 평가에서 앞서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기존 고객의 업무에 통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카부쿠오글루는 “아르곤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앞으로 제미나이 4 제품군의 나머지 모델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