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hropic은 AI를 업무 전반에 깊이 적용한 기업으로, 변화가 고용과 일의 구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Anthropic의 내부 고용·AI 사용·성과 자료와 직원 설문, 면담 17건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향상과 함께 업무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었다. 코딩 에이전트의 작업 시간은 빠르게 늘었고, 직원은 결과를 검토하고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그 변화는 특히 주니어 기술직 채용과 관리자들이 중시하는 역량에서 뚜렷했다.
주니어 기술직 채용의 비중이 줄었다
Anthropic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기술 부서의 전체 직원 비중은 지난 1년 사이 61%에서 56%로 낮아졌다. 기술직 인원 자체는 늘었지만 영업·재무·채용 부문의 채용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기술 부서 안에서도 주니어 직원 비중은 2025년 초 21%에서 14%로, 주니어 기술직 신규 채용 비중은 27%에서 9%로 떨어졌다. 2026년 4월 설문에서는 관리자 다수가 AI 때문에 채용하는 역량이 달라졌다고 답했고, 머신러닝 관리자 약 3분의 1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리자 5분의 1은 AI로 채용을 줄였다고 했다.
에이전트 도입 뒤 여러 직무의 산출물이 늘었다
2026년 3월에는 자율형·대화형 에이전트의 총 작업 시간이 처음으로 인간의 근무 시간을 넘어섰고, 8월에는 직원이 직접 다루는 에이전트의 작업 시간이 직원 근무 시간의 6배에 달했다. 코딩 에이전트를 도입한 엔지니어 192명을 미도입 엔지니어 74명과 비교했을 때, 도입 뒤 작성한 코드 양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도입은 무작위가 아니며, 도입자가 이미 큰 프로젝트를 맡았을 가능성도 있어 AI만의 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직원·월·코딩 디렉터리에서 비교한 분석에서는 에이전트가 작성한 코드가 이후 제거되거나 되돌려지는 비율이 사람이 작성한 코드와 다르지 않았다.
생산성 변화는 개발 업무에 그치지 않았다. 영업 담당자는 에이전트 도입 후 더 많은 고객과 계약을 맺었고, 법률 담당자는 더 많은 계약을 처리했으며, 매입채무 담당자는 송장을 처리하는 업무를 늘렸다. 한 영업 담당자는 이메일 초안 작성과 고객관리 시스템 연동을 자동화해 기존 업무의 약 20%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담당자는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이전보다 고객을 30% 더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주의력이 새로운 병목이 됐다
에이전트의 작업량이 늘어도 사람이 결과를 살피고 판단해야 하므로, 인간의 주의력은 병목으로 남았다. 대화형 에이전트 세션 시간의 약 80%는 에이전트가 실제로 작업하지 않고 사람의 입력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반대로 에이전트가 내놓는 글을 전부 읽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기술직뿐 아니라 비기술직에서도 대화형 세션의 출력물을 모두 읽으려면 한 주 근무 시간의 절반을 넘길 수 있었다.
직원들은 이 부담에 대응하려고 에이전트의 작업 지침과 상태를 관리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런 ‘메타 업무’는 직원의 대화형 에이전트 세션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가을 10%에서 2026년 봄 22%로 늘었다. 다중 에이전트 작업을 설계하고, 한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의 결과를 검토하게 하며, 진행 파이프라인을 감시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의 역할은 개별 코드나 문서를 직접 만드는 일에서 작업 체계를 설계하고 감독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협업과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에이전트가 널리 쓰여도 사람 사이의 소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Anthropic의 한 부서에서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공개 슬랙 채널 거의 절반에 에이전트가 등장했지만, 기존 인간 간 대화에 에이전트 응답이 추가되는 양상이었다. 또한 기술직 개인 기여자도 회의 시간이 지난 1년 동안 16% 늘었고, 직원 전체의 중앙값은 20% 증가했다. 조직적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리려면 사람의 조정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설명과 맞닿아 있다.
AI가 업무 맥락을 활용하려면 결정과 지식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는 압력도 커졌다. 회의에서 정한 내용을 문서화하지 않으면 에이전트가 오래된 정보에 의존할 수 있고, 사적인 대화나 기록되지 않은 결정은 AI 중심 업무 환경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동시에 채용 관리자들은 좁은 분야의 전문성이나 실행 기술보다 자율성·판단력, AI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경험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2024년과 비교해 2026년에는 AI 도구 활용을 언급한 평가가 기술직에서 3배, 비기술직에서 4배로 늘었다.
고용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Anthropic은 AI로 업무가 바뀌는 직무를 추적하는 조기 경보 체계를 마련하고, 영향을 받는 직원을 역량에 맞는 다른 역할로 재배치하려 하고 있다. 내부 이동은 2026년에 월별로 2025년보다 50% 더 활발해졌다. 다만 재배치 약속만으로 처음부터 채용되지 않는 주니어 인력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신규 업무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하고,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직원과 나누는 제도도 중요하다고 Anthropic은 제안한다.
정리
Anthropic 사례에서는 AI가 코드 작성과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직원의 역할을 검토·조율·전략적 판단으로 옮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주니어 기술직의 고용 비중은 낮아졌고, 관리자는 자율성과 판단력을 더 중시했다. 내부 재배치와 이익 공유는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채용 축소와 실직 위험을 모두 막아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업의 대응과 함께 재훈련 및 소득 지원을 포함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