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500선 위협,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10월 20일 코스피는 3.97% 하락해 5,539선에서 마감했다. 장중 한때 5,490선까지 내려 5,500선을 밑돌았고, 코스닥도 3.34% 빠져 781선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1조 원 넘게 순매도했고, 개인은 양 시장에서 순매수했다.
하루 전 반등분을 되돌린 급락이었지만, 시장에서 새롭고 단일한 악재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 선물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가 수출주 전반에 부담을 주고,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여러 업종에서 차익 실현이 겹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급, 즉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자금의 흐름이 가격을 좌우하는 장세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락,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은 메모리 업황에 대한 우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영화 KB증권 프라임클럽 전문가는 반도체 기업 자체보다 시장의 유동성 부족과 글로벌 자금 이동을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적과 성장 기대가 있어도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관련 우려로는 인텔이 AI 가속기에 저렴한 LPDDR을 활용해 HBM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거론됐다. 다만 LPDDR 활용은 사실로 언급됐지만, 그것이 HBM을 대체한다는 주장은 루머로 구분됐다.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가능성도 시장의 걱정거리로 제시됐다. 확인된 변화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전망을 나눠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전문가는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이나 핵심 모멘텀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는 불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7월 급락 당시 저점이 시험대에 놓였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고 봤다. 저점 부근의 움직임만으로 추세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가·금리·신용 우려가 AI 투자 심리에 번지는 구조
AI 투자 논란은 반도체에서 끝나지 않고 금리와 신용시장 우려로 이어졌다. 장우진 금시공 대표는 중동 분쟁 격화와 유가 상승, 프랑스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 매도 우려가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우려가 커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AI 데이터센터처럼 자금 조달이 필요한 사업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연결고리다.
코어위브와 소프트뱅크의 신용 위험을 둘러싼 경계도 시장의 부담으로 언급됐다. 유영화 전문가는 소프트뱅크 CDS 프리미엄이 400bp를 넘어서고 430bp 위로 올랐다는 시장의 반응을 짚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 발행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보장하는 비용으로, 상승하면 시장의 신용 불안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신용 위험이 곧바로 시스템 위기로 확산됐다는 뜻은 아니다.
과매도 반등과 추세 전환을 구분하는 법
전문가들은 급락 뒤 반등이 나와도 그 자체로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과매도는 매도세가 지나치게 강해진 상태를 뜻하며, 이때는 새로운 호재 없이도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다.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살피려면 상승의 이유와 외국인 수급의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권다영 SK증권 WM1 영업본부 차장은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사용을 피하고, 계좌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객예금이 140조 원에서 94조 원으로 줄어든 반면 신용잔고는 36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신용잔고는 빚을 내 주식을 산 규모다. 이 차이는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할 때 참고할 대목이다.
결론
이번 급락은 반도체 실적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외국인 매도, 유동성 부족, 금리와 신용시장 우려가 함께 작용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바닥을 단정하기보다 확인 가능한 지표를 나눠 점검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 보유 종목의 실적과 사업 전망이 바뀌었는지, 시장 수급 악화와 구분해 점검한다.
- 외국인 현물·선물 흐름과 7월 저점 부근의 주가 움직임을 함께 살핀다.
- 레버리지 사용을 피하고, 매수 여부는 한 번에 결정하기보다 투자 기간과 감당 가능한 손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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