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hropic은 전갈 신경독소에 달라붙는 작은 단백질인 미니바인더를 Claude가 설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목표는 언젠가 전갈 해독제 개발에 도움이 될 후보를 찾는 것이었지만, 이번 결과만으로 해독제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설계된 211개 가운데 17개가 실험실의 결합 기준을 통과했으며, 모두 각각 하나의 독소에 결합했다. 독을 중화하거나 동물과 사람을 보호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갈 독은 치료가 시급하지만 개발 여건이 어렵다
전갈에 쏘이는 사람은 해마다 120만 명 이상이며, 사망자는 3,250명을 넘는다. 피해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어린이에게 집중된다. 일부 해독제는 면역시킨 동물의 항체로 만드는데, 전갈에서 독을 채취하고 말을 면역시킨 뒤 혈액에서 항체를 정제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기존 해독제는 투여 시기가 빠르면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대체로 제한된 독소에만 작용하고 생산 비용과 공급 부족 문제가 있다.
다섯 독소를 겨냥해 새 단백질을 설계했다
이번 연구는 멕시코의 Cn2, 브라질의 Ts1, 북아프리카의 AaH I·AaH II, 중동의 LqhIII 등 네 지역에서 나온 다섯 독소를 대상으로 했다. 다섯 독소는 전체적인 단백질 구조는 비슷하지만, 두 독소 사이의 아미노산 서열 일치율은 26~62%에 그친다. 연구진은 각 독소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에 붙는 부위를 설계 표적으로 삼았다. Claude는 단일 독소 표적뿐 아니라 두 β 계열 독소, 세 α 계열 독소, 그리고 다섯 독소를 함께 겨냥하는 설계도 시도했다.
64시간 동안 318,484개 설계를 만들었다
Claude는 초기 프롬프트와 네 차례의 후속 지시를 바탕으로 주로 자율적으로 작업했다. 12개 설계 도구를 사용해 318,484개 단백질 설계를 만들고, 독소와 알려진 단백질을 닮은 설계를 걸러냈다. 이어 553,052개의 설계·독소 조합을 접힘 예측과 선별 과정에 투입했고, 첫 프롬프트를 받은 지 64시간 뒤 시험할 설계 180개를 골랐다. 연구진이 Claude의 도움을 받아 31개를 더해 총 211개를 실험에 보냈으며, 캠페인에는 약 10,000 GPU 시간이 들었다.
17개가 결합 기준을 통과했다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을 만들고 표면 플라스몬 공명(SPR)으로 결합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두 실험실에서 모두 반복 측정마다 결합 신호가 나타나고, 모든 해리 상수(KD)가 1 µM 이하이며, 관련 없는 사람 단백질 CLEC12A에는 신호가 없어야 바인더로 판정했다. 이 기준을 통과한 17개는 Cn2에 7개, AaH II에 4개, AaH I에 4개, LqhIII에 2개였다. 단일 독소를 겨냥한 60개 설계 중에서는 11개, 즉 18%가 기준을 충족했지만, 여러 독소를 함께 겨냥한 설계는 둘 이상의 독소에 결합하는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강한 Cn2 결합도 중화 효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가장 강한 후보인 Cn2-B1과 Cn2-B2는 멕시코 전갈의 독소 Cn2에 한 자릿수 나노몰 수준의 친화도로 결합했다. 경쟁 실험에서는 두 후보가 생쥐에서 Cn2 중화 효과가 보고된 항체 LR과 같거나 가까운 부위에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부위는 독소가 나트륨 통로에 결합하는 부분과 겹친다. 따라서 중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지만, 두 후보가 세포에서 독소 작용을 막는지 또는 살아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지는 시험하지 않았다.
해독제로 이어지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결합 실험은 독에서 직접 정제한 독소가 아니라 유전자에서 실험실에서 만든 재조합 독소로 수행됐다. 치료 후보로 발전시키려면 먼저 독에서 정제한 독소에도 결합하는지 확인하고, 세포 실험에서 나트륨 통로 기능을 막는지 패치 클램프 측정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 뒤 생쥐에서 보호 효과와 안전성을 시험해야 하며, 실제 치료제가 되려면 안정성·가격·피해 지역에서의 공급 가능성도 해결해야 한다. Anthropic은 다른 연구자들이 후속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211개 설계와 결합 데이터를 공개했다.
정리
이번 연구는 Claude가 며칠 안에 전갈 신경독소에 결합하는 단백질 후보를 설계하고, 실험실에서 그중 일부의 결합을 확인할 수 있음을 보였다. 하지만 확인된 것은 재조합 독소와의 결합이며, 중화 효과나 동물 보호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설계와 데이터 공개는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안전하고 저렴하며 널리 쓸 수 있는 해독제로 만드는 일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