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에서 과학 부문을 이끌었던 케빈 웨일이 AI와 로봇으로 신약 개발 실험을 자동화하는 스타트업 워프 사이언스(Warp Sciences)를 세웠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워프 사이언스는 시리즈 A에서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유치하며 공식 출범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8억6500만달러(약 1조1400억원)로 책정됐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가 투자를 이끌었고 IVP, 메이필드, 럭스 캐피털, 프렘지 인베스트, 멘로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엔젤 투자자로는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CFO와 전 임원 피지 시모,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샴 산카르 팔란티어 CTO,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창업진에는 메타 초지능 연구 조직의 전 부사장 마노하르 팔루리, 백악관 초대 최고 데이터 과학자 DJ 파틸, 테레모토 바이오사이언시스의 전 임원 솔로몬 라이스버그가 합류했다.
워프 사이언스는 자체 신약을 만드는 대신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필요한 물질의 합성과 시험을 수행하는 연구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 사업 분야는 유망 분자를 발굴한 뒤 약물로서의 특성을 개선하는 ‘선도물질 최적화’다.
특정 분자의 효능을 높이고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연구자들이 수백~수천개의 변형 물질을 합성해 시험해야 한다. 그동안 제약사들이 중국 업체에 맡겨 온 이 과정을 AI와 로봇으로 자동화해 미국에서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우시앱텍(WuXi AppTec) 등은 낮은 비용과 빠른 처리 속도를 앞세워 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웨일은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업체 의존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고, 일부 제약사는 민감한 연구 데이터와 지식재산을 중국 계약업체에 공유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웨일 CEO는 관련 작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면 중국 기업에 맞설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해 완전 자동화 연구소를 세우고 있다. 약 20명으로 출발한 워프 사이언스는 로봇 팔과 AI 칩 등 필요한 하드웨어를 이미 확보했다.
연구진은 실험할 때 웨어러블 카메라와 압력 센서가 내장된 장갑 등을 착용할 예정이다. 숙련된 화학자의 작업 데이터를 모아 자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이 여러 실험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할 계획이다. 장기 목표는 로봇이 24시간 실험하는 환경을 만들어 물질 합성과 검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실험을 로봇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전문 화학자들이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AI는 화합물 합성 경로와 다음 실험을 정하는 일을 돕는다. 이후 반응 준비와 시료 정제처럼 반복되는 작업부터 로봇으로 자동화할 방침이다.
웨일은 2024년 6월 최고 제품책임자(CPO)로 오픈AI에 합류해 챗GPT를 비롯한 소비자·기업용 제품을 총괄했다. 이후 과학팀 ‘오픈AI 포 사이언스’를 이끌며 AI를 과학 연구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과학자의 연구와 논문 작성을 지원하는 AI 작업 공간 ‘프리즘(Prism)’ 개발도 주도했다.
그는 오픈AI에 재직할 때부터 AI와 ‘로봇 연구실’을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I가 가설과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행한 다음, 실험 결과를 다시 AI에 전달해 후속 연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웨일은 이 방식으로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과학적 성과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워프 사이언스는 이 구상을 신약 개발에 필요한 화학 실험에 적용하려는 회사다. 웨일은 AI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학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물리적 실험이 중요한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같은 수준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모델이 실제 실험 데이터를 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실험과 AI 학습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자동화로 실험 횟수를 늘려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다음 실험을 설계해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웨일은 “연구실은 AI를 발전시키고, AI는 연구실을 발전시킨다”고 밝혔다.
라이트스피드의 구루 차할 파트너는 투자한 생명과학 기업들이 워프의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들을 고객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화학 외의 연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워프 사이언스는 최첨단 AI 모델과 자체 맞춤형 오픈웨이트 모델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웨일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미국에서 개발된 오픈웨이트 모델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