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관심이 학습용 칩에서 추론용 칩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핵심은 AI 수요가 꺾였는지가 아니라, 다음 성장의 무대와 수혜 기업이 달라지는지다.
AI 반도체 사이클, 학습에서 추론으로
학습은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해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고, 추론은 만들어진 모델이 질문에 답하거나 결과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오로라투자자문 이지환 대표는 AI 반도체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전환을 이런 변화의 신호로 들었다. 업계에서는 추론 단계가 본격화되면 AI 기능이 기기 안에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로 확장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이는 현재의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산업의 다음 단계를 둘러싼 전망이다.
기업별로는 이익률과 성장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환 대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이 85~87% 수준인 반면, 엔비디아는 60%대, TSMC는 53%대라고 언급했다. 이 수치만으로 투자 우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매출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의 방향에도 민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투자 논란, 현금흐름을 기간별로 봐야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빼고 남는 현금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가 되면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부담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지환 대표는 메타가 3분기에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00억 달러 이상 플러스라고 설명했다. 분기 한 번의 수치와 연간 흐름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장 산업에서는 투자 확대에 따라 특정 분기의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분기 실적과 연간 현금흐름, 채권 발행에 따른 조달 부담을 나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메모리·CPU·파운드리, 커지는 시장과 낮아질 수익성
반도체 경쟁은 메모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텔과 AMD의 CPU 경쟁에 ARM이 제품 출시를 본격화하면 경쟁자가 늘고, 기업별 매출이 성장하더라도 이익률에는 압박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자체 제품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제품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고객의 실제 발주가 뒤따라야 시장 지위를 넓힐 수 있다.
블랙퀀트에쿼티 윤진 대표는 인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 의지와 실제 고객 발주를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주요 팹리스 기업이 어느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기업의 반도체 진입 움직임도 거론됐지만, 제공된 발언에서는 아직 뛰어난 제품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도 투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영훈 이사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부품·소재 분야를 언급하며 내년 실적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수급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지, 실제 실적이 개선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국인 현물 매도와 레버리지 매수, 엇갈린 신호
시장에서는 현물과 파생상품의 움직임이 엇갈렸다.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외국인이 현물을 팔면서 선물을 매수하는 흐름을 주목했다. 동시에 반도체 급락 뒤 미국과 한국의 레버리지 ETF에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업종 전체의 장기 전망에 대한 확신이라기보다 단기 반등에 베팅하는 수급일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중동발 유가 상승과 국채 금리 반등에 부담을 받았다. 10월 23일 다우지수는 1.23%, S&P500은 0.52%, 나스닥은 0.21%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44% 올랐다. 지수별 흐름이 달랐던 만큼 반도체 반등만으로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바이오주는 밸류에이션과 실적을 함께 확인해야
바이오 업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알테오젠의 밸류에이션과 사업 성과가 거론됐다. 이영훈 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글로벌 CDMO 기업 론자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판매 확대와 실적 개선 가능성을, 알테오젠은 라이선스 계약과 특허 분쟁을 둘러싼 시장의 엇갈린 평가를 사례로 들었다.
바이오 기업은 기대감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계약의 실제 체결 여부, 제품 출시와 판매 반응, 특허 분쟁의 진행 상황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 판단에서는 발표된 성과와 시장의 해석을 분리해 보는 편이 유용하다.
결론
AI 산업의 다음 국면은 추론과 온디바이스 AI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수혜 기업과 수익성은 경쟁 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투자에서는 성장률뿐 아니라 이익률과 현금흐름, 실제 고객 발주를 확인해야 한다. 시장의 단기 반등 신호와 업종의 실적 변화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반도체 기업의 분기·연간 현금흐름을 나눠 확인한다.
- 레버리지 ETF 매수와 현물 수급을 구분해 시장 방향을 판단한다.
- 바이오주는 계약·출시·특허 관련 사실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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