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 반도체 기업 퀄컴과 협력해 미국산 부품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노트북을 개발한다. 보안이 중요한 군과 정부 기관을 겨냥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미국에서 이뤄지는 컴퓨터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는 27일(현지시간) 새 PC 제품군 ‘블루칩(BlueChip)’을 공개했다. 단순한 구상에 머무는 제품이 아니라 이미 기능성 시제품(functional prototypes)을 완성했다.
주요 고객은 군과 정부, 경찰, 응급 구조대, 공공 안전 분야 종사자다. 비와 먼지 등 거친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된 만큼 일반 노트북보다 무겁고 배터리 사용 시간에도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안두릴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있는 방산 제조 시설 ‘아스널-1(Arsenal-1)’에서 노트북과 회로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드론과 미사일, 무인 전투기를 만들어 온 생산 기반을 컴퓨터 분야로 넓히는 것이다. 퀄컴은 CPU와 그래픽 처리,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맡는 칩을 공급한다.
제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이 칩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생산된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는 프로세서가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등 다른 노트북에 쓰이는 것과 같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두릴 창업자 팔머 럭키는 현재 시제품 부품의 약 90%를 미국이나 동맹국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와 금속, 자성 부품까지 모든 구성 요소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럭키는 “현재 노트북 부품 구성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이며, 이를 장기적으로 100%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기술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디스플레이와 금속 소재, 자성 부품까지 모든 것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난관은 디스플레이다. 미국에서는 노트북용 LCD와 OLED 패널을 생산하지 않아 한국과 대만, 중국 등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럭키는 디스플레이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협의 중이며, 관련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전후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되살리려면 비용과 공급망 확보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두릴은 아직 일부 부품 공급업체와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럭키는 초기 제품이 중국산 노트북보다 비쌀 것이라며, 고급 소비자용 PC보다 약 20% 높은 가격을 예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에서 생산한 노트북보다 비쌀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격과 출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럭키는 “AI 붐 때문에 지금은 컴퓨터 칩의 가격과 납기를 예측하기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내년에 제품을 공급할 때 실제로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할 만한 날짜나 정확한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두릴은 내년 생산을 시작하고 2027년 사전 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블루칩은 미국 정부 기관의 조달 요건과 보안 수요에 맞춰 해외 제조 위험을 낮춘 제품이다.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군·정부 기관에서 널리 쓰이는 특정 리눅스 배포판과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강력하게 지원한다.
팔머 럭키 창업자는 블루칩을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컴퓨터”라고 부르며 “공급망을 통제하면 누구도 이를 압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율 드론과 노트북의 제조 방식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럭키는 “자율 드론을 만드는 것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은 거의 같고 다른 점은 형태와 화면, 키보드가 있다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수십 년 동안 해외로 옮겨간 미국의 컴퓨터 제조 기반을 되살리려는 시도다. 럭키는 “미국산 자동차를 사면서 컴퓨터는 지구 반대편에서 만든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은 굴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블루칩은 군과 정부 등 특수 수요를 우선 공략한다. 안두릴은 이를 출발점으로 미국 내 공급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