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CEO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에 맞서 만들겠다고 밝힌 AI 영화의 첫 영상을 공개했다. 자체 영상 생성 AI ‘그록 이매진(Grok Imagine)’으로 제작한 7분짜리 작품이다. 소규모 제작진이 짧은 시간 안에 실사 영화에 가까운 장면을 구현했지만, 어색한 연기와 빈약한 서사 등을 이유로 혹평도 받았다. 제작진은 영화 제작에 활용한 프롬프트와 작업 과정도 공개해 기술 개선에 쓰겠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SI는 23일(현지시간) X에서 ‘오디세이’ 시리즈의 첫 영상 ‘맹세(The Oath)’를 선보였다. 테크크런치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이 작품은 런던의 AI 영상 제작 스타트업 원더 스튜디오(Wonder Studios)와 데브 워커 감독이 함께 만들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스’의 전편으로 알려진 ‘키프리아(Cypria)’의 일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지 않으려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속임수가 들통나는 이야기다. 원전에는 간략한 줄거리만 남아 있어 제작진은 대사와 인물 표정, 구체적인 장면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머스크가 놀란 감독의 동명 영화에 비판을 제기한 뒤 시작됐다. 그는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헬레네 역을,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시논 역을 맡은 것을 문제 삼았다. 놀란 감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나치게 의식했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어 7월22일 X에 “올해가 끝나기 전에 그록 이매진은 역사적으로 정확하고 호메로스의 예술적 정신에 충실한 장편 영화 ‘오디세이’를 제작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약 3개월 뒤 공개된 작품은 장편 영화가 아니라 단편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였다. 전체 제작 일정과 완성작의 분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작 기간과 비용도 기존 영화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원더 스튜디오 공동 창업자 자비에르 콜린스에 따르면, 세 명으로 이뤄진 팀이 2주도 채 걸리지 않아 영상을 제작했고 비용은 수만달러 수준이었다. 제작비 2억5000만달러가 들어간 놀란의 영화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콜린스는 머스크에게서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Anti-woke)’ 영화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AI 기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완성도를 두고는 의견이 나뉘었다. 바다와 선박, 병사들을 담은 일부 장면은 실제 촬영물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고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도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디언의 영화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별점 5점 만점에 1점을 매겼고, 극적인 장면들이 뚜렷한 동기나 의미 없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X에서도 “정교한 영상들을 이어 붙였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머스크가 내세운 역사적 정확성도 도마에 올랐다. 와이어드는 그록이 자신이 제작에 활용된 영화는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의복과 건축물 등에서 고대 그리스 시대와 맞지 않는 요소가 등장한다는 지적이다.

스페이스XSI는 이에 27일 제작 과정과 프롬프트를 공개했다. 그록 이매진은 영화인들의 비판을 모아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을 개선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3~5명의 소규모 제작진이 단편 시리즈를 만들고 있으며, 후속편은 인물과 이야기를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상영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공개된 제작 가이드에 따르면 제작진은 먼저 대본을 쓴 다음, 각 장면의 카메라 위치와 렌즈, 움직임, 대사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인물의 얼굴과 의상이 장면마다 달라지지 않도록 정면·후면·얼굴 사진으로 구성된 참고 이미지도 만들었다. 오디세우스 한 명에게는 의상과 나이에 따라 세 가지 설정 자료를 적용했다.

프롬프트에는 인물의 외모와 의상은 물론 촬영 구도, 조명, 필름 종류까지 자세히 담았다. 여러 차례 생성한 영상 가운데 적합한 장면을 고르고, 표정과 의상, 배경이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즉, AI가 영화를 한 번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촬영과 편집의 전 과정을 이끄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AI 영상 기술은 짧은 장면을 생성하는 데서 나아가 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오디세이는 제작비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장면을 연결하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여전히 사람의 연출과 편집이 중요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콜린스는 첫 작품에 제기된 비판을 검토해 후속편의 역사적 정확성과 이야기 전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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