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당시 내걸었던 특화설계가 인허가 심의 과정을 거치며 잇따라 변경되고 있다. 초기 공약과 최종 설계 사이의 간극으로 조합원 갈등이 심화되고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연이은 설계 변경 사례들

신반포4차는 지난달 서울시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는데, 승인된 규모는 최고 49층 11개 동 1833가구다. 시공사 삼성물산이 수주 당시 제안한 7개 동보다 4개 동이 늘었다. 삼성물산은 초기 제안에서 모든 조합원이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7개 동으로 설계한다고 했으나, 올해 초 서울시 사전 자문에서 청담고의 일조권 문제가 불거졌고, 최종 심의에서 동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정되었다. 이로 인해 당초 약속한 한강뷰가 온전히 구현되기 어렵다는 조합원들의 우려가 커졌다.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갈등은 더욱 심각했다. 2023년과 지난해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한 설계안과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통합심의안이 달랐다. 소형 주택형은 증가했고 대형 주택형은 감소했으며, 소유주 고층부 우선배정이라는 조건까지 쟁점이 되었다. 결국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정비사업운영위원 전원이 해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118 프로젝트'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에서 2022년 수주 당시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고도제한을 118m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이었으나, 서울시가 고도제한 완화에 반대하면서 무산되었고 조합에서는 공약 불이행 책임론이 터져나왔다.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에서는 다른 방식의 변경이 일어났다. GS건설이 조합원 전원 한강 조망을 공약했으나, 홍보관 운영 중 조합원 요구로 주력 주택형이 전용면적 59㎡에서 84㎡로 변경되었다.

계약 전 제안의 구속력 문제

이들 설계 변경의 근본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초기 설계안이 실제 인허가 기준과 충돌하는 것이다. 신반포4차의 경우 학교 일조권, 공공보행통로, 경관 보호 같은 인허가 심의 기준이 초기 배치와 맞지 않았다.

둘째이자 더 중요한 것은 계약 구조의 문제다. 이들 특화설계는 '계약 전 제안'이라는 점이 핵심인데, 계약 체결 이전의 공약은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 따라서 시공사는 심의 과정의 요구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은 초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신뢰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갈등의 확산과 구조적 문제

설계 변경은 조합 내부의 불신으로 확산된다. 신반포4차 인근 공인중개사는 "한강뷰를 우려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으면서도 사업 지연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증언했다. 여의도 공작의 정비사업운영위원 전원 해임은 설계 변경이 얼마나 큰 신뢰 위기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현재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불안정성이 사업의 추진 속도와 조합원 만족도를 동시에 훼손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결론

설계 제안과 현실 인허가 기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다음 개선이 필요하다:

  • 시공사의 초기 설계 제안 단계에서부터 인허가 리스크를 사전 검토하고 조합에 명확히 공시할 것
  • 한강뷰, 고도 완화 등 핵심 공약에 대해 계약 체결 전 현실성 검증을 충분히 할 것
  • 설계 변경 발생 시 조합원 사전 동의 절차를 명확히 할 것

초기 공약을 현실의 인허가 기준과 맞춰 제시할 때만이 조합원 갈등과 사업 불확실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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