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국내 증시는 오전까지 강하게 올랐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했다. 미국 기술주 급등과 AI 에이전트 흥행이 반도체주를 끌어올렸지만,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의 매물 부담과 차익 실현 매물에 막혔다. 시장의 핵심 질문은 하나다. AI 반도체 상승세가 일시적인 반등인지, 새로운 주도 흐름의 시작인지다.

메타 ‘뮤즈’ 흥행, GPU에서 CPU로 관심 이동

미국 증시에서는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가 가장 큰 화제였다. 뮤즈는 단순한 검색·대화형 서비스가 아니라 예약, 가격 비교, 할인 탐색처럼 사용자의 실제 행동을 대신하는 개인형 에이전트로 주목받고 있다.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이어가며 AI 서비스의 활용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개인형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일정한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AI를 뜻한다. 이 서비스가 확산되면 대규모 연산을 담당하는 GPU뿐 아니라, 세부적인 작업 흐름을 처리하는 CPU와 이를 연결하는 메모리·기판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는 메타가 11% 넘게 상승했고, ARM홀딩스는 17%, 인텔은 12%, AMD는 9% 올랐다. GPU 중심으로 전개되던 AI 투자 흐름이 CPU와 서버 인프라 전반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노근창 전문가는 “GPU가 소를 잡는 칼이라면 CPU는 닭을 잡는 칼”이라며, 개인형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세밀한 작업을 담당하는 CPU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CPU 수요가 확대되면 서버 D램과 모바일 D램, PCB와 FCBGA 같은 고속 기판 분야도 함께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기판·소부장주가 두각

국내 시장에서는 심텍, 티엘비,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이수페타시스 등 고속 기판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CPU와 메모리, 네트워크 부품을 연결하는 기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흐름이다.

반도체 후공정과 검사 분야도 관심을 받았다. AI 모델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려면 대규모 테스트와 반복적인 연산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메모리와 테스트 장비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SC 등 테스트 관련 종목이 상승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업황에 대한 낙관론도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향후 GPU 판매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AI 모델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가 늘어나면 AI 투자 속도 조절론에도 메모리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미국발 반도체 훈풍의 영향을 받았다. 다만 시장 수급이 과거처럼 대형주에 집중된 상황은 아니다. 황유현 팀장은 현재 시장이 순환매와 종목장으로 나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재상승하려면 외국인과 기관의 꾸준한 매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보다 파운드리가 다음 변수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주가 흐름을 벗어나며 반등했지만,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실적 동력이 필요하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파운드리다.

파운드리는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동률이 개선되고 2나노 공정의 흑자 전환 기대가 현실화된다면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가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황유현 팀장은 삼성전자의 가전·디스플레이 부문 부담은 이미 알려진 요인이라며,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로 파운드리 개선 여부를 꼽았다. 3분기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운드리 부문의 변화가 확인될 경우 삼성전자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추격하기보다 수급과 거래량을 확인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한 번에 대규모로 매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매수와 거래량 증가가 바닥 확인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코스피 7,150선에서 상승 탄력 둔화

코스피는 장중 7,130포인트까지 올라 60일선과 120일선을 넘어섰지만, 7,150선 부근에서 매물 부담이 커졌다. 최근 단기간에 상승한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나오면서 오후에는 지수가 크게 밀렸다.

김민수 전문가는 코스피가 아래쪽에서는 지지를 받고 있지만 위쪽에서는 여러 차례 저항을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체력만으로 박스권 상단을 단번에 돌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10년물 금리와 유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점도 상승 탄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박현상 이사는 이날 하락을 시장 붕괴보다는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성격으로 해석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수했고, 선물 매수도 이어졌다. 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갔다기보다 상승한 종목에서 일부 물량이 정리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거래대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거래가 얇아지면 작은 매도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단기간 급등한 테마주는 연휴 전 비중을 줄이고, 실적이 확인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현금을 분할 투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가상자산·전력·냉각 인프라도 동반 부각

AI 데이터센터와 연결되는 전력·전선·냉각 분야도 강세를 보였다. 산일전기, 일진전기,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은 AI 밸류체인의 확장 수혜주로 거론됐다. LG전자는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은 2.5MW급 냉각수 분배 장치와 데이터센터용 액체 냉각 제품군 확대 소식이 부각됐다.

가상자산 관련주도 미국 중심의 제도화 기대를 바탕으로 움직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관련 제도가 확대되면 단기 국채 수요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테마성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만 가상자산과 정책 테마주는 제도 변화와 기대감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적과 현금흐름보다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종목은 반도체 실적주와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

이번 시장의 중심에는 메타 ‘뮤즈’로 대표되는 개인형 에이전트 AI가 있다. AI 투자의 무게중심이 GPU에서 CPU, 메모리, 기판, 테스트, 전력과 냉각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국내 증시에도 반영됐다.

다만 코스피는 7,150선 부근의 저항을 확인했고, 추석 연휴 전 거래대금 감소 가능성도 남아 있다. 독자는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단기 급등한 테마주는 비중을 줄이고, 실적과 수급이 확인되는 종목을 구분한다.
  • 반도체주는 GPU뿐 아니라 CPU·기판·테스트·냉각 인프라로 밸류체인을 나눠 살핀다.
  • 코스피가 상단을 돌파할 때는 지수보다 거래량과 외국인·기관의 지속 매수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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