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복잡한 가상 세계를 얼마나 자율적으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Astra)’가 AI 연구자 에드워드 에드워즈의 실험에서 게임 화면을 보거나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인기 MMORPG를 플레이해 주목받았다.

에드워즈에 따르면 GPT-6 아스트라는 2일(현지시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화면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플레이해 오크 시작 지역의 모든 퀘스트를 40분 만에 끝냈다.

한 번도 죽지 않았으며, 별도의 공략이나 사전 지식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서버의 네트워크 패킷과 SQL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 세계를 파악했다. 시각 정보 없이 서버 데이터와 직접 통신해 복잡한 MMORPG 환경을 완파한 첫 사례다.

실험에는 에드워즈가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에이전트-wow(agent-wow)’가 사용됐다. 그는 ‘코덱스’에 “오크 캐릭터를 생성하고 시작 지역의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라”는 프롬프트 한 줄을 입력했다. 아스트라는 레벨 1 오크로 시작해 ‘시험의 골짜기(Valley of Trials)’의 퀘스트를 수행한 뒤 센진 마을까지 이동했다.

일반적인 게임 봇은 컴퓨터 비전으로 화면을 분석하거나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지만, 에이전트-wow는 그런 방식을 쓰지 않는다. WoW 클라이언트를 해킹하는 대신 게임 서버와 주고받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통해 게임과 상호작용한다.

이동이나 전투 같은 고수준 명령도 미리 주어지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AI에게 게임 조작법을 가르치는 대신 스스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는 필요한 기능을 직접 구성했다. 이번 실행에서는 서버가 보내는 28종의 메시지를 구독해 메모리에 저장하는 모듈을 만들었다. 파이썬 프로그램은 이 정보를 가져와 체력과 주변 생물, 퀘스트 진행 상황, 전리품 등을 해석한 뒤 서버에 패킷을 보내 캐릭터를 움직이고 행동을 수행했다.

전투 중에는 스킬의 쿨타임과 자원 소비를 계산해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가방이 가득 차자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직접 팔거나 버리는 등 자원 관리 능력도 보였다.

퀘스트 정보는 오픈소스 WoW 서버 엔진인 ‘아제로스코어(AzerothCore)’의 SQL 파일에서 확보했다. 개인 서버 구축과 개발에 쓰이는 아제로스코어에는 게임 내 데이터베이스와 규칙이 담겨 있다. 아스트라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퀘스트 조건과 퀘스트를 주고받는 NPC, 몬스터 생성 위치 등을 파악하고 수행 순서를 계획했다. 선행 퀘스트를 먼저 완료하고, 필요한 장비를 마련해 기술을 훈련했으며, 함께 처리할 수 있는 퀘스트를 묶어 이동 경로를 최적화했다.

에드워즈는 이 방식이 사람이 WoW 공략 사이트를 찾아 퀘스트 정보를 조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람은 여러 페이지를 읽어야 하지만, AI는 서버의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 기술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이를 “컴퓨터 비전에 의존하는 기존 AI 게임 봇과 달리 네트워크 레이어에서 직관적으로 환경을 구조화한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동 경로 역시 AI가 직접 해결했다. 아제로스코어의 내비게이션 메시를 불러오고, 디투어(Detour) 경로 탐색 라이브러리로 이동 가능한 경로를 계산하는 C++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파이썬 스크립트는 계산된 좌표를 받아 이동 패킷을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맵 일부의 충돌 정보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곳을 활용해 벽을 통과하기도 했다.

레딧에서는 “AI가 퀘스트 동선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인간 게이머들이 쓰는 일종의 지형 버그(Wall-hop)까지 스스로 찾아내 활용한 점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실험은 AI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WoW는 장기적인 계획과 순간적인 판단을 동시에 요구하는 복잡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높은 레벨에 도달하려면 퀘스트와 장비, 자원, 직업 구성 등을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에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실시간으로 협력해 전투도 치러야 한다. 전문가들이 이번 실험을 AI의 장기적 의도 파악과 추론 능력을 검증한 주요 이정표로 평가하는 이유다.

에드워즈는 “앞으로 단일 AI가 레벨 80까지 완전히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러 AI 에이전트가 함께 플레이하면서 퀘스트와 던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실험할 계획”이라며 “장기간 실행을 관찰할 수 있는 도구와 AI의 서버 접근을 제한하는 샌드박스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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