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 직원이 회의실에서 도청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계기로, 미국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첩보 활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AI 기밀 보호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AI 기업들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직원들에게 금전적 제안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나 연애 관계를 통한 정보 수집을 경계하라고 교육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16일(현지시간) 제이 클레이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오픈AI 사건과 관련해 미국 기업과 정부 모두 외국의 정보 수집 활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클레이튼 국장은 인터뷰에서 “기업 차원의 간첩 활동이든 국가가 지원하는 간첩 활동이든, 간첩 활동은 현실”이라며 “민간 기업과 정부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이 “이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빼앗거나 최소한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연방 검찰은 오픈AI 회의실에 녹음 장치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하려 한 혐의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직원 압둘라흐만 알포잔을 기소했다. 오픈AI는 알포잔을 해고했다.
외국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화 도청이며, 간첩 행위나 영업비밀 절도, 외국 대리인 활동 혐의로 기소된 것은 아니다. 변호인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해당 혐의는 의뢰인의 평소 모습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AI 기술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쉬 파텔 FBI 국장은 AI 기술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 “국가 경제력과 안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를 FBI의 최우선 방첩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주요 AI 기업들은 이미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보안 교육을 해 왔다. 오픈AI는 경쟁사나 국가 지원 세력이 금전적 제안, 카페에서의 도청, 친분 형성이나 연애 관계 등을 이용해 회사 정보를 캐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과 구글 직원들도 이와 비슷한 주의 사항을 전달받았다.
교육용 시나리오 하나는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일로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온 낯선 사람이 오픈AI 직원과 반복해서 마주치며 친분을 쌓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업무 관련 질문을 건네는 상황이다. 실제로 적발된 사건은 아니며, 평범한 만남도 정보 수집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다.
직원들이 따라야 할 행동 지침도 구체적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픈AI는 사무실 밖에서 회사 로고가 찍힌 물품을 착용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스마트폰 등 기기의 화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필름을 쓰라고 안내했다. 회의 후에는 다른 사람이 내용을 읽지 못하게 화이트보드를 지우도록 했고, 슬랙 등으로 보안 수칙을 거듭 전달했다.
오픈AI 대변인은 물리적 보안, 내부자 위험, 정보 보안 등 관련 분야의 경험을 갖춘 보안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지식과 내부 전략을 확보하면 막대한 연구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AI 기업의 기밀은 정보 수집의 표적이 된다. 구글 클라우드 최고정보보안책임자 출신이자 발리스틱 벤처스 파트너인 필 베나블스는 “기초 모델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자금 때문에 이러한 모델은 더 가치 있는 지식재산이 된다”고 말했다.
빠른 인력 확충과 빈번한 이직도 보안 관리에 부담을 더한다. 오픈AI와 애플은 퇴사한 직원이 기밀 파일을 반출했다는 의혹을 두고 소송을 벌였고, xAI도 오픈AI로 이직한 엔지니어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냈다. 국가 차원의 첩보 활동과 별도로, 기업 간 인력 이동에서도 정보 유출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자 위험 탐지 기업 어보브 시큐리티의 아비브 나훔 CEO는 “AI 기업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인력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내부자 위험을 관리하는 역량도 같은 속도로 커지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사 시 신원을 확인하고 이후에는 직원의 행동을 신뢰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위협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는 외국인 채용 문제로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체포로 해외 인재 확보와 국가안보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술업계 인사들은 미국 시민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AI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연구자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직원들에게 연애를 통한 접근까지 조심하라고 했다는 보도는 온라인에서 밈으로 확산하고 있다.
WSJ 기자가 X에 “누군가 당신에게 호감을 보인다면, 스파이일 가능성도 생각해 보라”는 취지로 교육 내용을 소개하자, 기술업계 종사자들의 연애 생활을 소재로 한 농담이 잇따랐다.
“매력적인 사람이 갑자기 관심을 보인다면 의심하라는 뜻”이라며, 회사가 보안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외모와 매력까지 깎아내리는 셈이라는 농담도 나왔다. 일부는 스파이가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교육이 오히려 채용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