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무대에서 직접 함께 놀았던 소형 로봇 ‘마이크로덕’이 사전 주문 2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뒤뚱거리며 걷고 명령에 따라 공중제비까지 도는 모습이 주목받자 개발사 측은 올해 가장 많이 팔리는 로봇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클렘 델랑그 허깅페이스 CEO는 22일(현지시간), 황 CEO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GTC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덕을 시연한 뒤 사전 주문이 늘었다고 밝혔다.
무대에 오른 로봇들은 작은 발을 구르며 전자음을 냈고, 앉거나 잠든 것처럼 쓰러지는 동작도 보여줬다. 황 CEO의 말에 따라 공중제비를 도는 장면도 펼쳐졌다.
델랑그 CEO는 이런 반응을 “젠슨 황 기조연설 효과”라고 불렀다. 그는 “아마 내일이면 누적 사전 주문이 2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마이크로덕이 2026년 가장 많이 팔린 로봇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는 시연 직후 하루 만에 2만대가 새로 판매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8월부터 접수한 사전 주문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마이크로덕은 허깅페이스 산하 폴렌 로보틱스(Pollen Robotics)가 만든 오픈소스 이족보행 로봇이다. 높이는 25㎝, 무게는 800g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허깅페이스를 인수했다.
세금과 배송비를 뺀 가격은 399달러(약 53만원)다. 걷고, 앉고, 일어서거나 작은 공을 차고 부리로 물건을 집을 수 있다. 넘어졌을 때는 스스로 다시 일어난다. 별도의 롤러를 달면 스케이트를 타듯 움직일 수도 있다.
정해진 동작을 지켜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가 새로운 움직임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가상 공간에서 강화학습으로 동작을 익힌 다음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와 시뮬레이션, 학습 도구가 공개돼 있어 사용자가 직접 수정하거나 새로 학습시킨 동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누적 주문 2만대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출하량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고객에게 실제 판매·인도한 휴머노이드가 5500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애지봇의 지난해 출하량은 5168대다. 마이크로덕 주문이 전량 출하된다면 두 회사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각각 크게 넘어선다.
올해 휴머노이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을 1만9100대로 추산했다. 이 중 애지봇이 약 8400대, 유니트리가 약 5900대를 출하했으며, 올해 전체 출하량은 6만대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덕 한 제품의 누적 사전 주문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에 맞먹는 셈이다.
물론 소형 소비자용 로봇과 산업·연구용 휴머노이드는 가격과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판매량을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로봇청소기까지 포함해 전체 로봇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용 로봇 판매량은 3420만대였다.
그럼에도 개발자용 오픈소스 소형 로봇의 누적 사전 주문이 2만대 돌파를 앞뒀다는 점은, 로봇을 직접 움직이고 새로운 동작을 가르치려는 소비자 수요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