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보당국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친분이 있는 중국인 여성 사업가를 중국 정보기관의 정보원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1년 전 이와 관련한 첩보를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해당 인물과의 만남이 정상적인 고객 관계였다고 해명했고, 관련 기업이 AI 칩을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의 감시 활동을 아는 관계자와 정부 관리, 업계 인사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의혹의 중심에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Megaspeed International)의 고위 임원으로 일했던 중국 국적의 앨리스 황(중국명 황러)이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의 통신을 감시한 결과, 그가 중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넘기고 젠슨 황 CEO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고 판단했다. 어떤 방식으로 감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실제로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술 행사 뒤 다른 AI 기업 임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2025년 5월에도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다른 AI 업체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이 젠슨 황과의 관계를 활용해 엔비디아의 사업 정보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정책을 알아내려 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 제한을 완화하도록 설득해 왔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전 정보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가 차질을 빚어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거나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미국 정부로부터 앨리스 황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에 관해 경고를 받지 않았다. 정보당국이 감시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고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황 CEO가 앨리스 황의 정보 수집 활동을 알고 있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앨리스 황이 실제로 중국에 어떤 정보를 전달했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앨리스 황이 관여한 메가스피드는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정을 위반했다는 별도의 의혹도 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말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장비가 포장된 채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자 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사건을 법무부에 넘겼다.
메가스피드의 말레이시아 계열사는 2024년 6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최소 48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AI 장비를 구매했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 칩 기반 컴퓨팅 자원을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 제공해 왔다. 미국 당국은 일부 칩이 중국으로 불법 반입됐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NYT 보도가 나온 뒤 엔비디아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황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관계와 교류는 메가스피드와 관련된 것이었고, 모든 것이 완전히 정상적이었으며 특별한 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앨리스 황이 현재 메가스피드를 퇴사했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그와 관련한 의혹을 통보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불법 유출 의혹도 부인했다. 회사 대변인은 CNBC에 메가스피드 관련 의혹은 지난해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고객사에 영업비밀이나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CEO도 "우리는 그들이 GPU를 설치한 모든 사례를 조사하고 하나하나 확인했다"라며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부인한 칩 불법 유출 의혹과 미국 정보당국이 앨리스 황을 중국 정보기관의 정보원으로 판단한 사안은 서로 별개다. 황 CEO가 언급한 미국 정부의 GPU 확인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메가스피드는 외부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 내부 조사에 들어갔으며, 미국 정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미국이 중국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에 대한 감시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