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미국 정부를 제치고 스페이스X의 최대 고객이 됐다. 올해 3분기 스페이스X 매출의 34.5%가 앤트로픽에 AI 컴퓨팅 자원을 공급해 얻은 수익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스페이스X가 최근 분기 공시에서 익명으로 공개한 최대 고객 ‘고객 B(Customer B)’가 앤트로픽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2일 발표한 3분기 실적 공시에서 고객 B가 전체 매출의 3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 146억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이며, 월평균으로는 약 17억달러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얻는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의 로켓 발사 및 우주개발 계약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왔다.

공시에서 올해 3분기 매출의 16.6%를 차지한 ‘고객 A’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 관련 고객으로 추정됐다. 고객 B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체 매출의 10%에 못 미쳤으나, 올해 들어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두 회사가 대규모 AI 컴퓨팅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엔비디아 GPU 32만5000개를 기반으로 한 컴퓨팅 자원을 앤트로픽에 제공하고 월 12억5000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26일 공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에서 스페이스X와의 컴퓨팅 계약 규모가 2029년까지 최대 1205억달러(약 16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전체 컴퓨팅 자원 공급이 완료되면 월 지급액은 약 31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AI 인프라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멤피스에 지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바탕으로 앤트로픽과 구글 등 외부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이에 따라 AI 사업을 담당하는 ‘슈퍼 인텔리전스’ 부문의 3분기 매출은 약 76억달러로 늘어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했다. 앤트로픽 한 곳에서 나온 매출만으로도 AI 부문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2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는 스페이스X의 사업이 로켓 발사와 위성통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사업이 매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고, 올해 3분기에는 이 부문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다만 매출이 소수 고객에게 집중된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앤트로픽은 계약에 따라 2027년 1월과 3월부터 각각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 계약을 종료하려면 최소 90일 전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 계약에 명시된 전체 금액이 미래 매출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가 AI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주요 고객이 계약을 변경하면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금융시장의 경계가 커지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CEO도 네오클라우드 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최근 X에서 AI 데이터센터 외에 의미 있는 수익원이 없는 기업은 부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200개가 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가 사라지거나 합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 사업에서도 별도의 수익을 내고 있어 다른 네오클라우드 업체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매출 구성은 스페이스X 역시 대형 AI 고객의 투자와 컴퓨팅 수요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인프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한편, 소수 고객이 계약을 유지할지가 회사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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