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가 중국 로봇 스타트업 푸리에(Fourier)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개발한 데 이어 2세대 모델 제작에 들어갔다. 가사와 일상 업무를 지원하는 가정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다. 자체 AI 에이전트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AI의 활동 영역을 디지털 환경에서 물리적 세계로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디 인포메이션은 3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푸리에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 '맥스(Max)'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무게 48kg인 맥스는 두 회사가 단 3개월 만에 제작했다. 메타는 후속 모델 '맥스 2(Max 2)' 개발에도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제품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맥스는 키가 1.5m이며,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 칩과 별도의 동작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가슴에는 스피커 2개가 달려 있고, 얼굴의 눈과 입은 사람의 표정을 흉내 낼 수 있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양손으로 작은 병이나 장난감 같은 물체를 집을 수도 있다.
이 시제품은 푸리에가 앞서 개발한 1~3세대 로봇의 하드웨어와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메타는 키와 신체 비율을 조정하고 머리 디자인,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을 바꿨다. 손과 신발도 더해 자체 요구사항에 맞게 완성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가정환경에서 사람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기능에 특히 주안점을 뒀다. 맥스는 5m 떨어진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3m 거리에서는 손짓이나 손을 흔드는 동작을 알아보도록 설계됐다. 사람과 눈을 맞출 수도 있다. 듣기, 생각하기, 말하기, 불확실한 상태 등 로봇의 작동 상황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기능도 갖췄다.
지난 9월 개발에 착수한 맥스 2에는 신체 조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새 몸통과 개선된 손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각 정보를 투사하는 프로젝터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필요한 추가 센서도 탑재된다.
메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현지에서 푸리에와 긴밀히 협력했다. 로보틱스 부문 제품 담당 부사장 리천 밀러는 상하이 푸리에 공장에 두 달간 머물며 시제품 제작에 참여했다. 맥스는 지난 8월 말 사내 로보틱스 행사에서 일부 직원에게 공개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메타의 가정용 로봇 개발 전략이 구체적인 단계로 나아간 사례로 평가된다. 메타는 지난해 초 로봇 연구 조직 메타 로보틱스 스튜디오(Meta Robotics Studio)를 출범시켰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로봇을 훈련하는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 어슈어드 로봇 인텔리전스(Assured Robot Intelligence)를 인수했다.
소비자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 출시도 로봇 개발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다.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CTO는 내부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뮤즈의 물리적 구현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에이전트가 디지털 공간에서 하던 일을 실제 가정환경에서도 수행하도록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로봇 사업을 둘러싼 조직 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전 메타 로보틱스 스튜디오 책임자 마크 휘튼은 합류 18개월 만인 지난 8월 회사를 떠났다. 후임으로 닝 리가 임시 책임자를 맡았고, 보즈워스 CTO는 휘튼이 담당하던 업무를 넘겨받아 조직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메타는 시제품 개발에서 더 나아가 대량 생산에 필요한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채용 공고를 보면 상하이에서 공급업체 개발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며, 선전에서는 제품 설계 엔지니어와 기술 프로그램 관리자를 뽑고 있다. 공고에는 로봇 개발을 시제품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확대하는 업무가 포함됐다.
다만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는 미국의 규제 환경이라는 변수가 따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로봇 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산 부품과 기술에 의존하는 데 대한 국가안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공급망과 사이버 보안 위험을 이유로 지난 7월 중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의 수입을 제한했다. 기존 규정상 시험과 제품 개발 목적으로는 최대 4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었지만, FCC는 지난 8월 제한 대상 기기의 수입 허용량을 40대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추가로 수입하려면 FCC의 서면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메타는 푸리에와의 협력이 연구 목적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도 업계 다른 기업들과 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푸리에와 진행하는 이번 작업은 내부 연구와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해당 로봇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경쟁은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관련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CEO가 주도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피규어와 1X 테크놀로지스 등 전문 스타트업도 가정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피규어는 실제 가정환경에서 로봇을 시험하고 있고, 1X는 휴머노이드 '네오(NEO)'의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