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제미나이 4 아르곤’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4개가 사람의 도움 없이 힘을 합쳐 마인크래프트 최종 보스를 물리쳤다. 에이전트들은 자율적으로 역할을 정하고 코드를 작성했다. 동료가 잃어버린 아이템을 되찾아 주거나 전투 전략을 바꾸는 등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공동의 목표를 이어갔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간)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을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무작위로 생성된 세계에서 서바이벌 모드로 게임을 시작한 에이전트들은 27시간14분 만에 엔더 드래곤을 물리쳤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2783개를 작성하고 실행했으며, 캐릭터가 죽은 횟수는 모두 605회였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엔더 드래곤을 처치하려면 자원을 모아 장비를 제작하고, 다른 차원에서 재료를 얻은 다음 최종 전투 장소로 이어지는 차원문을 찾아야 한다. 여러 단계가 서로 이어지는 만큼, 이전 작업의 결과를 기억하면서 다음 행동을 계획해야 한다.
연구진은 에이전트들에게 목표와 기본적인 도구 사용법만 알려줬다. 역할이나 공략 순서는 지정하지 않았고, 게임 전용 공략 프로그램이나 사전에 조사한 지형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에이전트들은 게임을 시작한 지 약 10분 뒤 채팅으로 역할을 나눴다. 식량 수집, 다이아몬드 채굴, 도구 제작, 차원문 건설을 각각 맡았다. 약 2시간이 지나 철 도구와 다이아몬드를 확보한 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들의 게임 방식은 사람이 화면을 보며 키보드를 조작하는 것과 달랐다.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마인플레이어(Mineflayer)’를 사용해 위치와 체력, 소지품 등을 확인하고, 이동·채굴·제작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실행 결과와 오류를 살펴 코드를 수정하는 작업도 거듭했다.
지하 요새를 찾는 과정에서는 특정 아이템이 요새 쪽으로 날아간다는 규칙을 이용했다.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아이템을 던져 비행 경로를 기록하고, 두 경로가 교차하는 곳을 계산했다. 이렇게 추정한 위치는 실제 차원문 방에서 43m 떨어져 있었다.
동료의 실패를 함께 수습하기도 했다. 한 에이전트가 차원문을 여는 데 필요한 아이템 12개를 지닌 채 익사하자, 팀은 위치와 아이템이 사라지는 시각을 공유했다. 근처에 있던 동료가 아이템이 없어지기 전에 모두 회수해 작업을 계속했다. 도구를 사용하다 발견한 문제와 해결 방법도 공유 메모리에 기록해 함께 활용했다.
마지막 전투에는 약 14시간이 소요됐다. 에이전트들은 거듭 죽으면서 드래곤의 상태를 확인하고, 언제 접근해야 하는지와 피해야 할 행동을 기록했다. 이후 기둥 위 수정 10개가 드래곤의 체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흙을 쌓아 기둥에 올라가 수정을 부수는 전략을 택했고, 수정을 모두 제거한 뒤 드래곤을 쓰러뜨렸다.
실행하지 못한 작업을 완료했다고 잘못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에이전트가 보고를 바로잡거나 동료가 모순을 지적했다. 역할 분담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결과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에이전트들이 장시간 목표를 유지하고, 필요한 도구를 만들며, 실패를 복구하고 협력한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능력은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업 업무에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승리할 때까지 사용한 API 비용은 출시 할인 요금으로 약 520달러라고 추산했다.
다만 사람과 동일한 조건에서 플레이한 것은 아니다. 마인플레이어는 벽 뒤의 블록과 드래곤의 내부 상태까지 알려주며 길찾기도 지원한다. 난도는 ‘쉬움’으로 설정됐고, 프로그램 가운데 22%는 오류로 종료됐다. 실험이 한 차례뿐이어서 반복해서 성공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게임을 활용해 AI 에이전트의 장시간 작업 능력을 시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오픈AI의 '아스트라'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자원을 모으고 시설을 지었다. 앤트로픽의 '오퍼스 5'는 의사결정 모델 '제브'가 포켓몬스터 레드를 완주하도록 지원했다. 두 회사의 모델이 코드를 작성한 봇으로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벌인 사례도 공개됐다.
실험 조건이 서로 달라 직접적인 성능 비교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구글도 범용 에이전트가 하루 넘게 협력해 복잡한 과제를 완수한 사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